일상영웅전 #17
여행 마지막 날 아침, 어머니는 조용히 창가에 앉아 차를 마시고 계셨다.
나는 숙소 침대에 앉아 일정을 정리하고 있었다. 단둘이 해외로 떠나온 자유여행.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하나라도 더 보여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분주하게 움직였다. 유명한 산, 화려한 쇼, 화제의 음식점들.
하지만 나지막히 어머니가 말했다.
"나는 말이지, 그냥 너랑 이렇게 나와 있는 게 제일 좋아. 너무 애쓰지 않아도 돼."
그 말은 여행 중에도 여러 번 반복되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어렵게 온 여행인만큼 하나라도 더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 멈출 수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어머니가 조금 지친 얼굴로 내게 말했다.
"너무 많은 걸 보려고 하면, 오히려 아무 것도 못 느끼게 돼."
"그래요. 알았어요~ 이해해줘서 고마워. 어머니."
어머니의 그 말이 나를 멈추게 만들었다.
한편으로는 서운하기도 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많은 걸 배웠다.
숙소는 2박씩, 입장권은 미리, 간식은 꼭 챙기고, 양변기 있는 화장실도 미리 체크해두기.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새로운 것을 많이 보는 것보다, 오래 간직할 추억을 만드는 게 더 소중하다는 것.
나는 메모장에 이렇게 적었다.
“계획은 단순하게, 마음은 깊게.”
그 순간, 어머니가 조용히 다가와 내 옆에 앉았다.
“다음엔 좀 더 천천히 다니자. 그리고 네가 좀 더 웃는 시간 많았으면 좋겠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머니 손을 꼭 잡았다.
이번 여행의 진짜 풍경은, 바로 그 손 안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