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의 울음에 담긴 창작의 무게

일상영웅전 #18

by 원웨이브


저녁 무렵, 조카가 작은 종이를 들고 와서 나를 불렀다.



"삼촌! 이거 봐요!"


종이에는 알록달록한 색연필로 그린 풍경이 담겨 있었다. 초록 들판, 파란 하늘, 그리고 웃고 있는 강아지.

나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우와, 멋지네! 근데 우리 잠깐만 밥 먹고 다시 보자."


조카는 잠시 망설이더니, 종이를 소파 위에 올려두고 부엌으로 갔다.



밥을 먹고 난 뒤, 장난 삼아 조카의 그림을 집어 들었다.


"여기 나비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나는 색연필을 들고 강아지 옆에 나비를 그렸다. 그리고 색깔을 조금 바꿔 칠한 뒤, 다시 소파 위에 올려놓았다.



조카가 돌아왔을 때, 종이를 보는 순간 얼굴이 굳었다.


곧 울음이 터졌다.


"삼촌, 이거 그리느라 하루 종일 걸렸단 말이에요!"


"몇 번이나 다시 그리고, 진짜 진짜 열심히 했단 말이에요!"


"허락도 없이 왜 맘대로 고쳤어요!"


나는 당황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조카는 종이를 품에 끌어안으며 울먹이며 말했다.


"남이 만든 걸 허락 없이 고치는 건, 그 사람 마음을 빼앗는 거예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조카에게는 이 작은 그림이 하루의 시간이고, 마음이고, 꿈이었다. 나는 그 노력을 가볍게 넘겨버린 것이다.


창작은 어른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누구든, 어떤 크기든, 직접 만든 것은 소중했다. 존중받아야 할 마음이 거기에는 담겨 있었다.


나는 조카 앞에 쭈그려 앉아 조심스럽게 말했다.


"미안해. 다시 보여줄래? 이번엔 네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보고 싶어."


조카는 잠시 망설이다가, 종이를 조심히 펼쳤다. 손끝이 아직 조금 떨리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그림 속 들판을, 강아지를, 그리고 작은 해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그날 저녁, 나는 깨달았다.


창작은 '결과물'이 아니라, '마음'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keyword
이전 17화여행보다 따뜻했던 어머니의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