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아이들 세계로 떠나는 여행

알아갈수록 새롭고, 더 낯선 세계

by 빛숨 김광화

나는 ‘씨앗 한 알 속의 우주'라는 말을 좋아한다. 비록 작은 생명체이지만 그 안에는 경이로운 복잡성과 무한한 가능성을 담고 있으니까. 또한 씨앗 혼자가 아니라 햇살, 흙, 비, 바람, 미생물 그 모두와 함께다. 거대한 우주의 원리는 작은 씨앗 속에서도 그대로 흐른다고 하겠다.


씨앗과 마찬가지로 아이들 역시 부모 씨앗으로 태어난 존재들. 경이로움과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자란다.


사람 속으로 들어가는 내면 여행


그런 점에서 내가 아이들을 만나는 건 내게는 배움이기도 하고, 여행이기도 하다. 배움이 즉각적이라면 여행은 많은 여지를 품는다. 나는 ‘사람 여행’을 좋아한다. 그것도 많은 사람을 만나는 여행보다 한 두 사람 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여행을.


열 살 ‘갓남’이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여행은 우리가 만나 온 지, 두 해가 지나가지만 나는 여전히 낯설고 또 새롭다.


나와 첫 만남에서 아이는 종이비행기 접기를 보여주었다. 내가 알던 세계 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스크루 비행기는 회전하면서 목표물을 파고들고, 원통형 비행기는 마치 우주선이 춤을 추듯 날더라.


또 올봄에는 종이 항공기 관계도라는 설계도까지 그려서 가져온 게 아닌가! 종이비행기마다 그 나름 독특한 원리를 설명하면서 다른 비행기 하고는 어떤 원리로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그림. 나로서는 아무리 봐도 어렵다. 여러분도 사진으로나마 감상하시길 바란다.

아이가 만든 언어인 바지라스탄 어 역시 그렇다. 영어조차 서툰 내 눈에는 신비로운 외계어다. 근데 아름답다. 내가 아이들과 함께 만든 트리 하우스에다 이 언어로 문패를 쓰니 제법 근사하다. 또한 아이들과 새로 지은 뒷간 벽화에도 썼다.

아이는 이 언어를 쓰는 나라도 설정해 두었고, 그 나라에서 사용하는 돈도 정해두었단다. 아이가 쓰는 소설 속 무대에도 가끔 등장한다. 그리고 이 언어는 계속 발전한단다. 아이가 자기 나름 언어 체계를 고심하며 만들었다는 게 느껴진다. 사진에서 보듯이 단어마다 발음, 소리, 진동이 어떻게 나는 지도 다 정해놓았다. 지금 버전은 4단계. 10단계를 목표로 계속 업데이트 중이란다.

떠나는 게 아닌, 내게로 오는 여행


그러던 아이가 지난가을 캠프 때는 자신이 만든 노래를 발표했다. 근데 ‘갓남’이 노래는 그 가사가 예사롭지 않다!

먼저 아이한테 입말로 읽어보게 했다.

<저 별은 언젠가>


[Verse 1]

저 별은 언젠가 깨어날지도 몰라

잠든 꿈 속에서 빛을 잃어가

무거운 밤하늘 끝에 머물러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려


[Chorus]

언제까지 잠들고 있어야 돼

눈을 뜨고 세상을 다시 봐야 해

저 별은 언젠가 다시 일어날 거야

블랙홀이 삼키기 전에 빛나야 해


[Verse 2]

어둠 속에 묻힌 작은 속삭임

희미한 빛조차 사라질까 봐

이 우주는 끝없는 침묵 속에

그 별의 노래를 듣고 싶어 해


[Chorus]

언제까지 잠들고 있어야 돼

눈을 뜨고 세상을 다시 봐야 해

저 별은 언젠가 다시 일어날 거야

블랙홀이 삼키기 전에 빛나야 해

[Bridge]

깨어나

다시 한번 날아가

무너진 꿈 조각들을 이어가

너의 빛은 아직 여기 있어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시작해


[Chorus]

언제까지 잠들고 있어야 돼

눈을 뜨고 세상을 다시 봐야 해

저 별은 언젠가 다시 일어날 거야

블랙홀이 삼키기 전에 빛나야 해


아이의 정신세계가 어디 있고, 어디로 향하는지? 아이에게 다시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어떻게 이런 가사를 썼니?”

“처음으로 만든 노래거든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그래? 믿을 수가 없네. 그럼 이 가사를 네가 다 쓴 거야?”

“그건 아니고요. 1절과 2절 그리고 후렴만 제가 쓰고, 그다음은 AI에게 맡겼어요.”

나는 솔직히 음악에 대해 깊이는 모른다. 나 역시 그저 내가 좋아서 가사를 쓰고, 내 감정을 최대한 가깝게 프롬프트를 통해, 인공 지능에게 맡긴다.


아이가 지은 가사, 여러분은 어떤 느낌인가? 일단 굉장한 은유다. 꿈꾸는 거 같기도 하고…. 나 나름 추측해 보자면 아마도 아이가 본 책, 아이가 들은 이야기 그리고 자신만의 상상력이 이래저래 뒤섞여 있으리라.


그래서일까. 내가 보기에는 서사가 부족하다. 이야기 연결이 매끄럽지 않다. 그럴 바에야 아예 아이가 처음 만든 가사를 그대로 살리면 더 좋지 않겠나 싶다. 여운이 남는 노래 정도로. 아이에게는 노래 완성보다 노래를 지어보는 경험이 더 중요할 테니까.


나는 노래보다 일단 아이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위 가사를 토대로 아이에게 내가 궁금한 걸 묻고 또 물었다. 지금까지 내가 이해한 수준으로 정리한 내용은 다음 정도다.

“이 우주는 침묵으로 가득하다.

수많은 별 가운데 아직 깨어나지 않은 별이 많다.

사람이 죽으면 별로 돌아가, 별이 된다.

깨어나지 않는 별이란?

거기 살고 있는 사람의 마음이다.

그 별이 깨어나서

블랙홀을 피하고

노래한다.

그럼, 그 노래를 우주한테 들려준다.

우주가 감성적으로 변하여

끝없이 계속된다.”


위 내용조차 나로서는 아직 만족스럽지 않다. 아이가 자라는 만큼 앞으로 가사도 더 달라지리라 본다.

아이가 우주를 노래하듯이 그야말로 아이는 또 하나의 우주다. 그것도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우주. 나는 내게 오는 아이를 통해 이렇게 사람 여행을 한다.


‘경쟁은 패자들이나 하는 짓(Competition is for losers.)’


내가 아이들과 함께하는 체험 여행은 그 뿌리를 더듬자면 인류 진화의 여정을 짧게나마 다 밟아보자는 것이다. 특히 머리만이 아니라 몸으로 겪어보자는 데 있다. 먼저 수렵 채집 활동. 아이들과 새총과 활을 만들고 쏜다. 집 가까이 냇물에서 물고기를 잡고, 다슬기를 줍는다. 풀을 뜯어 맛을 보며 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 탐색한다. 이런 활동은 우리 안에 깃든 원시 본능을 살려두는 일이다. 만에 하나, 무인도에 홀로 떨어져 있어도 두려움 없이 살아내도록...


농경 활동. 아이들과 씨앗을 살피고, 심고, 가꾸는 과정을 함께 한다. 음식 만들기도 빼놓을 수 없다. 어디서든 살 수 있다는 자립심을 키우고 또한 자신을 든든히 지키는 자존감의 뿌리가 되리라 본다.


산업 기술에 대한 접근과 지식 노동에 익숙해지는 과정. 물레방아를 만들고, 아이들과 작은 집을 함께 지어본다. 과학과 기술 그리고 도구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또한 지적 노동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냥 외우는 지식이 아닌, 스스로 생산하는 지식 활동을 추구한다.

끝으로 AI와 협업하는 예술 활동. 앞에 든 네 가지 활동들이 잘 뒷받침될 때, 창조적인 예술 활동 역시 자연스럽게 가능하리라 본다. AI 도구를 주도적으로 활용하여, 그림책도 만들고, 노래도 짓는다. 만일 아이가 다듬고 있는 바지라스탄 언어를 AI에게 학습시키면 어떻게 될까?


철학과 AI를 접목하여, 요즘 미국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팔란티어'란 회사가 있다. 그 회사의 창업자인 피터 틸 어록 가운데 이런 말이 있다. ‘경쟁은 패자들이나 하는 짓이다. (Competition is for losers.)’


그는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 한다. AI 시대와 휴머노이드 로봇 세계로 깊숙이 들어갈수록 곱씹어 볼 말이라고 여긴다. 지금 벌써 무인차와 사람 모양 로봇이 일상으로 파고들지 않는가?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는 10년 뒤라면? 아마도 누구나 자기 로봇을 하나쯤은 다 부리고 있지 않을까.


나는 교육이라는 맥락에서 독점보다는 자기다움이란 말을 좋아한다. 남과 다르게, 나답게 자랄 때, 패자가 아닌 삶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럴 때, 독점이 아니라 나눔이라는 공동선도 가능하리라. 자기다움은 곧 사람다움이기도 하니까. 나는 그 어떤 기술도 완전히 독자적인 건 없다고 본다. 오랜 인류 역사의 다양한 경험과 기술 그리고 지혜가 뒷받침되었기에 지금의 혜택을 누리는 게 아닌가! 앞으로는 자기다움과 사람다움이 가장 소중한 가치가 되리라 본다.


너무 꿈같은 이야기인가. 어쩌면 경쟁 교육이야말로 허망한 꿈일지 모른다. 그저 나는 아이들을 꿈과 현실의 경계가 사라진 지점에서 만나고자 한다. 그런 내게 오는 아이들이 나는 새삼 고맙다. 부드럽고 따사로운 몸을 지니고, 말랑말랑한 마음으로 우주를 노래하는 아이들이...

#자녀교육 #사람여행 #AI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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