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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이 땅의 아이들아, 고마워

by 빛숨 김광화

프롤로그 – 이 땅의 아이들아, 고마워


요즘 아이를 키우는 일은 예전보다 훨씬 더 어렵다고 한다. 부모 그리고 교사라면 쉽게 공감하리라.


예전에는 부모님들이 여러 자녀를 키울 때도 물론 힘들었지만, '제 밥그릇 타고난다'라는 믿음으로 이겨왔다. 교사 역시 한 교실 가득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도 사랑까지는 아니더라도 서로를 이해하며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이야기들이 아주 멀리 느껴진다. 왜 이렇게 달라졌을까? 그리고 앞으로는 또 어떻게 달라질까?


어려울수록 근본을 짚어보아야 하리. 일단 요즘 부모님들, 너무 바쁘다. 맞벌이를 안 하는 부모가 드물고, 한 부모는 더 하리라. 설사 전업 주부라 하더라도 바쁘기는 마찬가지. 게다가 육아도 어느새 ‘전문가’ 영역으로 넘어가면서 부모 몫조차 점차 달라지는 추세다.


그 과정에서 누구나 예기치 않은 벽을 만나게 된다. 그럴 때마다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보지만, 늘 쉽지만은 않다. 아무리 해도 해결되지 않을 때, 문득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 아이가 왜 우리 곁에 왔을까?”


내가 생각하는 교육의 본질은 바로 이 질문에 담겨 있다고 본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지식은 부족할 수 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우리와 다를 수밖에 없다. 아직 많이 자라야 하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우리보다 훨씬 많으니까. 아이는 부모와 달라야 하고, 다르지 않으면 살아남는 거조차 어려울지도 모른다.


요즘 그리고 가까운 앞날을 보자면 가장 큰 흐름이라고 할 수 있는 건 바로 AI다. 이제는 AI가 우리 사회에 전면으로 등장하고, 개인들 삶 속으로 하루가 다르게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이는 이제 어른, 아이를 가리지 않는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도 더 커지리라 대부분 예상한다. 아이들 교육 역시 예외일 수는 없으리라. 솔직히 나는 AI를 잘 모른다. 그저 나 나름 일상에서 다양한 AI를 도구로 활용하면서 또 유튜브 영상을 통해 조금씩 적응하는 과정이다.


사실 ‘AI 시대 자녀 교육법’이라고 AI에게 물어보면 그 답은 간단하다. AI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요점은 다음과 같다. 기존의 지식 암기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성, 자기 주도성, 문제 해결력 등 인간이 가진 고유의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이를 일상의 삶과 성장 속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살려 갈 것인가가 핵심이리라.


솔직히 지금 나는 아이들을 모두 키웠고, 그 결과물로 아내와 함께 오래 전에 <아이들은 자연이다>라는 책도 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적지 않다. 이제 할아버지가 되어, 또 새로운 인연으로 다시 어린아이들과 어울리고 있다. 지난 아쉬움을 설렘으로 바꾸고자 한다.


지금 자라는 아이들은 AI 시대를 관통하며 자란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아이들을 뒤에서 지켜봐 주고, 격려하고, 가능하다면 하나라도 더 아이들에게 내가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려 한다. 이건 정말 아무나 하기 어려운 능력이라고 나는 자부한다.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어야 하고, 아이를 온전히 믿어야 하며, 아이한테 배우려는 낮은 자세를 가져야 하니까. 그것도 의무가 아니라 기꺼이. 그래서일까? 아이들이 나를 좋아하는 이유가!


사실 아이에게 배우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배울 거리는 정말 널렸다. 이 역시 하면 할수록 그 능력도 자라더라. 나는 정말 아이들한테서 두루 배운다. 기꺼이 배운다. 덕분에 나도 성장하는 기쁨을 맛본다.


우선 아이가 자란다는 건 경이로운 경험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뭔가를 배우면 그 결과, 마음은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몸이 직접 자라는 경험은 아이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아이를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어른의 틀에 억지로 맞추려 하면, 아이는 슬프다. 더 나아가면 아이는 아프다. 막다른 골목이다 싶으면 아이는 울음으로 말한다. 그 울음은 곧 영혼의 신음이 아닐까?


어른은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오히려 쪼그라들고, 경이로움에서 멀어지는 편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아이의 성장을 더 가깝게 바라볼 필요가 있으리라. 평소 잘 안 움직이던 어른도 부모가 되어, 아이와 함께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몸을 더 많이 움직이게 된다. 아이는 그야말로 에너지 덩어리. 갓난아기가 쉴 틈 없이 움직이는 걸 직접 겪어보면 누구나 공감하리라. 그 에너지를 잘 살려, 우리 삶에도 활력과 밑거름으로 삼아야겠다.


아이 처지에서는 몸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끊임없이 자각하면서 올바르게 가꾸어 가야 하리. 앞으로 로봇은 인간이 하는 대부분의 일을 대신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 대체가 아니라 대신이다! 살아있는 몸은 인간만의 고유한 부분이지 않은가. 몸은 그만큼 중요하다.


‘자란다’라는 건 또한 세상을 향해 마음이 열려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새싹을 어두운 상자에 가두고 키운다고 해보자. 빛을 향해 길게 몸부림치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고양이라면 또 어떨까? 몸부림치며 상자를 죄다 물어 뜯어버릴 것이다.


씨앗 하나에 우주가 담겨 있듯, 아이는 부모라는 씨앗에서 태어나, 각자의 우주를 펼쳐나간다. 자기만의 삶을 찾아가며, 자신만의 우주로 성장한다.


나는 어린아이를 나보다 더 높은, 더 귀한 존재로 바라보는 편이다. 늙어가는 사람이 자라는 아이에게 가져야 할 최소한의 예의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늘 그렇게 대하지는 못한다. 때로는 잔소리도 하고, 실수도 한다. 하지만 아이의 눈빛을 보며 진심을 나누고자 한다. 얼마 전부터 나는 몇몇 부모님과 아이들로부터 캠프를 열어달라는 제안을 받아, 작은 캠프도 꾸리고 있다.


이 아이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경험이라면 ‘주인’다움이다. 세상은 점점 빠르고 흐르고, 덩달아 부모 역시 바쁠 수밖에 없다. 이런 시대 흐름에 가장 바탕이 되는 힘은 바로 아이 스스로 우뚝 서는 데 있다고 나는 본다. 아이는 아직 자라기 때문에 스스로 서는 힘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아이를 대하면 아마 평생 부모에게 의존하리라.


하지만 아이도 제 스스로 주인으로 잘 살고자 하는 마음이 그냥 본성이라는 걸 자각한다면 크게 달라진다. 남에게 기대는 걸 되도록 적게 하고, 뭐든 스스로 할 때 오는 기쁨과 책임감을 함께 맛보는 경험이야말로 이 시대, 아주 중요한 자산이 되리라. 어릴 때부터 이를 살려주고 키워주고자 한다. 내가 캠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덕목이다. 이 연재 글 역시 아이들도 직접 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되도록 쉽게 쓰고자 한다.


다음으로 ‘잠재력’. 자기 잠재력은 스스로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부모나 교사 때로는 친구가 도움을 주기도 한다. 나 역시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물론 아이가 받아들일 때 가능한 일이다. 중요한 건 아이가 주인 자리를 찾아갈수록 잠재력도 더 잘 살아나더라. 아이의 잠재력은 무한하다. 우주니까….


셋째는 ‘창의성’. 이젠 AI 시대, 질문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진다.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답은 크게 달라진다. 창의적 질문이야말로 AI의 주인이 되어, 도구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스마트폰에 중독되거나 노예가 되기 쉬우리.


마지막으로 ‘사랑’. 놀이는 물론 가족, 삶, 배움, 일. 이 모두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이 모두는 사실 따지고 보면 서로 연결된 관계이기도 하다. 삶과 배움 그리고 성장을 통합적으로 바라봐야 하리. AI 시대에는 성공의 잣대도 크게 달라지리라 본다. 앞으로 웬만한 일은 AI나 휴머노이드 로봇이 할 것이다. 그 대신 사람이 할 일이란 자신이 가진 잠재적인 능력을 한껏 발휘하는 자아실현에 무게 중심을 두리라 본다.


사실 위에 든 네 가지는 내가 아이들에게 주는 것도 있지만 내가 아이한테서 받는 영감은 그 이상이다. 그래서 ‘아이에게 배운다’는 건 곧 나 자신을 위해서도 또 아이들을 위해서 꼭 필요한 덕목이 된다.


나는 내 생각이 정답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그저 한 사람의 철학과 거기에 따른 경험일 뿐. 이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아이를 키우는 노고와 위로와 기쁨 그리고 영감을 서로 나눌 수 있기를…. 그리고 우리 사회가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이나마 달라지길 바란다. 아이가 행복하듯, 부모와 교사 모두 행복한 사회가 되기를…. 아이가 세상으로부터 열 가지를 배운다면, 어른은 그 아이에게서 한 가지라도 배울 수 있기를…. 어른은 아이를 가르칠 때, 보통 대가를 받지만, 아이가 어른을 일깨워줄 때는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는다. 아이들은 그저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어른이 좋을 뿐이다. 이 점에서도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위대하다.


참고로, 앞으로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모두 닉네임이다. 나 역시 ‘노지(노는 할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고자 한다. 이 연재 글이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따뜻한 품이 되기를 바란다.

내게 두루 영감을 주고 또 이렇게 글을 쓰게 해주는 이 땅의 아이들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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