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음을 읽는 ‘손 마음 윷놀이' 뒹굴뒹굴 '몸 윷놀이'

창조 놀이(7) 과정조차 즐거운

by 빛숨 김광화

추석이 코 앞이다. 이번 글은 본래 연재에서 살짝 벗어나, 추석에 어울리는 놀이를 다루고자 한다. 윷놀이라는 전통 놀이를 오늘날에 맞게 새롭게 바꾸었다. 이름하여 ‘손 마음 윷놀이’ 또는 '몸 윷놀이'다. 사실 이 놀이는 아주 오래전, 내가 우리 아이들 키울 때 고안했던 놀이였다.


당시 쓴 글을 검색하니, 너무 오래되어서인지, 나오지를 않는다. 검색 결과로는 유튜브에 하나 올라온 게 있지만 설명이 부족하고, 이 놀이가 나온 배경과 그 재미에 대한 설명이 전혀 들어있지 않다. 게다가 내 방식과 조금 차이가 있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이 놀이를 식구들과 해보면서 이 글을 정리하여 올린다.


사실 아이가 먼저 이 놀이를 해보자고 해서 한 거였다. 아이는 지난겨울에 처음으로 해본 경험이 그만큼 좋았나 보다. 승부를 떠나, 마음을 읽는 놀이가 얼마나 흥미로운가! AI 시대에 꼭 필요한 놀이이기도 하리라. 이제는 사람들이 명절이라고 오랜만에 모이지만, 틈날 때마다 폰을 손에 잡고 각자 세계로 들어가는 편이 아닌가.


전통 윷놀이를 요즘 아이들과 함께하기는 쉽지 않다. 그 이유를 크게 세 가지쯤 들 수 있겠다.


첫째 요즘 아이들은 놀거리가 너무 많다. 재미있고, 자극적인 놀이가 널렸다. 특히나 하나씩 차근차근 단계를 올라가도록 설계된 온라인 게임은 아이들을 단단히 오래 붙잡아두게 한다. 이런 아이들에게 흥미를 끌기에는 전통 윷놀이가 밋밋할 수밖에. 내가 보기에 전통 윷놀이는 규칙은 단조로운 반면 운을 많이 따른다. 내가 ‘모’를 내고 싶다고 ‘모’가 나오는 게 아니다. 때로는 ‘또’가 나와서 상대 말을 잡아야 하는데 ‘개’나 ‘글’이 나와, 상대방에게 먹잇감이 되는 위험에도 곧잘 노출되지 않는가. 얼른 도망가고 싶어도 뜻과 상관없다. 이 모든 게 운에 좌우되기에 흥미를 끌기가 어렵다. 여러 번 할수록 실력이 늘어나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하다.


요즘 아이들, 하루하루가 얼마나 빡빡한가! 그만큼 계획적으로 자란다는 말이기도 하다. 오고 가다가 만나는, 이런저런 우연이 드물다. 이런 아이들에게 운에 맡기는 놀이는 흥미를 끌기 어려울 수밖에. 두뇌를 많이 쓰는 보드 게임만 해도 널린 세상이니까.


둘째는 자기 말이 죽을 때다. 이 역시 첫째와 연결되는 이야기다. 자신이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도 속상한데, 그 결과마저 허망하게 자기 말이 죽곤 한다. 이를 요즘 아이들이 받아들이긴 쉽지 않다. 곧잘 울상이 되고 놀이는 흐지부지 끝난다. 특히나 처음으로 윷을 익히는 유치원 어린이들이라면 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재미로 놀자고 하는 놀이인데, 울음으로 끝나버리면 양육자조차도 더 이상 윷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끝으로 윷놀이에 필요한 도구들이다. 네 개의 윷과 윷판 그리고 윷말. 이 가운데 가장 어려운 건 윷이다. 윷판이야 빈 도화지나 달력 뒷면에다가 대충 그려도 되고, 윷말은 잡곡 같은 콩알로 해도 된다. 하지만 나무로 깎아 만드는 윷을 즉석에서 만들기는 어렵다.


위 세 가지에 대한 대안으로 내가 생각한 게 바로 ‘손 윷놀이’다. 이 놀이는 윷을 따로 마련할 필요가 없다. 윷을 나무로 하는 게 아니라 사람 손으로 한다. 구령에 따라 손이 다 엎어지면 ‘모’, 다 뒤집으면 ‘윷’. 하나만 뒤집으면 ‘또’가 된다.


손바닥 윷1.jpg 손등과 손바닥이 이 상태라면 '글'이다.

이 놀이는 전통 윷놀이와 달리, 운에 맡기는 게 아니다. 마음이 중요하다. 당연히 내 마음으로만 절대 안 된다. 상대 마음도 잘 읽어야 한다. 둘이 한다면 내 마음을 먼저 읽고, 이어 상대방 마음을 읽어야 한다. 이게 얼마나 어렵고도 흥미로운가! 어른이든 아이든 마음을 읽는 거만큼 세상살이에서 끌림을 주는 일도 드물 것이다. 이 놀이를 셋이나 넷이 한다면 마음 읽기는 더 복잡해진다. 물론 그 이상으로 늘어나면 더….


이렇게 놀면 윷놀이 순간순간이 다 재미있다. 직접 해보면 느끼겠지만 놀이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웃음이 나오는지를 알게 된다. 과정 자체를 즐기는 놀이. 넷이 할 때, 가장 짜릿한 편이다. 같은 편끼리 마음을 맞추는 것도 어렵지만, 상대방 마음까지 다 헤아려야 한다. 때로는 눈빛을 보고 읽어야 한다. 먼저 우리 편끼리 눈을 맞춘다. 상대 눈빛도 봐야 한다. 그 과정에서 다시 전략을 바꾸기도 한다. 상대가 잡힐 걸 두려워하는지, 또는 모나 윷이 나는 걸 두려워하는지를 읽어야 한다. 이렇게 눈빛이 오고 가는 과정들, 때로는 눈을 감고 마음을 읽어야 한다. 게다가 늘 흐르고 또 바뀌는 게 마음 아니겠는가!


이렇게 해서 상대편 말을 잡는 것도 짜릿하지만 내 말이 잡혀도 그리 억울하지가 않다. 아쉽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건 내가 상대방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결과니까, 기꺼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비록 놀이에서 지더라도 느끼고 배우는 게 많다. 마음을 잘 읽어, 모가 나온다거나 하면 같은 편끼리 하이 파이브를 하기도 한다


먼저 요령을 간단히 설명해 보겠다.

넷이 한다고 가정하자.(둘이 한다면 한 사람이 두 손을 다 사용하면 된다. 셋이 한다면 선팀이 두 손을 사용하고, 나머지 팀은 한 손만)

-두 명씩 편을 먹는다

-누가 먼저 할지 선팀을 정한다.

-네 사람 모두, 한 손을 앞으로 내밀고, 바닥을 가볍게 치면서 마음의 준비를 한다. 두근두근 두둥두둥.

-선팀이 먼저 하나, 둘, 셋 구령을 붙이며, 셋이란 구령과 동시에 각자가 마음에 둔 윷을 손으로 엎거나 뒤집는다.

-그 결과로 윷판에 윷말을 놓는다.

-이제 공격팀이 후팀으로 바뀐다.

-후팀이 다시 구령을 붙이고, 윷말을 이어서 놓는다.


이때 같은 편끼리도 서로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다만 눈빛으로 마음을 주고받을 수는 있다.

이 놀이를 하다 보면 살짝 ‘버그’가 생기기도 한다. 이를 글로 다 설명하긴 어렵다. 직접 해보면서 매끄러운 방법이나 규칙을 다시 정하면 된다. '뒷또'를 두는 것도 생각해 볼 부분이다.


이외에도 놀이를 참여자들의 아이디어에 맞게, 더 새롭게 다양한 규칙을 정해도 좋다. 이를테면 상대 말을 잡는 게 미안하다면 잡을 때, 상대편에게 큰절을 한다거나 어깨를 주물러준다거나 안아주거나... 윷말이 윷판을 가장 멀리 돌아가는 과정이라면 한번 더 기회를 주어도 좋으리. 구령을 붙일 때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다양한 몸짓이나 연기를 해도 좋다. 아주 천천히 하다가 상대를 잡아먹을 듯 우악스러운 몸짓으로 한다거나...손 윷은 마음 윷이기에 서로 마음 통하는 만큼 규칙을 정하고 또 바꾸어 가면 좋다.


끝으로 유치원 정도 아이들이라면 몸으로 노는 걸 더 좋아하니까, ‘몸 윷놀이’도 해보길 권한다. 이는 손 대신에 온몸이 윷이 되는 거다. 배를 바닥에 깔고 몸을 엎드리면 모, 뒤집어 누우면 윷. 좁은 곳에서도 가능하고 넓은 곳에서는 마음껏 몸을 놀릴 수 있어, 여러모로 제격이다. 아이들마다 각자 마음을 준비하면서 서서, 덩실덩실 겅중겅중 뛰다가 진행자의 하나, 둘, 셋! 구령에 따라, 몸을 바닥에 엎드리거나 눕히면 된다. 아니면 바닥에서 하나, 둘 숫자를 천천히 헤아리는 동안, 아이들은 바닥에서 몸을 구르다가 마지막 셋! 에서 동작을 멈추는 것도 좋다. 다만 몸 윷놀이는 아파트 거실에서는 층간 소음으로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이 몸 윷놀이는 최소한 네 사람 이상이 필요하다. 손과 달리, 사람마다 윷이 하나이기 때문이다. 인원이 더 많은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음공부도 같이 하고, 놀이도 즐기는 ‘손 마음 윷놀이’, ‘몸 윷놀이’로 아이들과 하나 되는 경험을 가져보자. 식구끼리 마음을 주고받을 뿐만이 아니라 세대를 아우르는 놀이이기도 하다. 전통과 AI를 뛰어넘는, 창조적인 몸과 마음 그리고 뇌를 위해!


#윷놀이 #손바닥윷놀이 #몸윷놀이 #마음윷놀이 #창조놀이 #AI시대놀이

keyword
이전 11화11 평범하기도 어려워-아이가 말하는 '교육의 주파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