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놀이(6) 아이가 보여주는 글문의 세계
먼저 아래 글을 보시고, 이 글을 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가늠해 보시라. 특히 가운데 교육 관련 '교육의 주파수'라는 글.
‘부모는 교육의 주파수를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맞추어야 한다. 주파수를 완전히 맞출수록 더 좋은 아이가 되지만 주파수를 안 맞춰도 아이의 생각과 행동에 따라 상황은 달라진다...
가늠이 오는가?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가 쓴 글이다. 10살 어린이. 아이가 올봄 캠프에서 발표한 내용 가운데 일부다. 글에서 손으로 고쳐 쓴 흔적은 집에서 완성한 원고를 발표 전에, 아이가 다듬기를 해서 그렇다. 10살 어린이라고 믿어지는가? 내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인데도 나부터 믿기 어렵다.
나는 인연이 닿는 아이들과 산골 캠프를 꾸리고 있다. '노지 산골 캠프'. 캠프 목적은 아이 스스로 주인으로 우뚝 서는 걸 첫째 목표로 한다.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아이 발표. 또 하나는 음식 만들기. 음식 이야기는 다음에 하고, 이번에는 아이 발표 이야기를 해보자.
자라는 아이들은 말문이 트이면 엄청난 이야기를 쏟아낸다고 했다. 나는 이를 잘 살려주는 게 아이 교육의 출발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리고 그 방식은 아주 다양할 것이다.
내가 강조하는 건 아이가 '자신이 하고 싶은 걸 발표'하게 하는 데 있다. 의무에 해당하는 숙제하고는 다르다. '기꺼이'다. 권리에 가깝다. 하고 싶은 게 없으면 안 해도 된다. 누군가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말도 좋다. 다만 이를 정리하여 발표하면 된다. 취미여도 좋고, 춤도 좋고, 노래, 그림, 놀이, 뭐든 좋다. 아이가 남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라면 환영이다. 나는 그저 들어주고 봐주면 된다.
사실 여기에는 나 나름 철학적 고민이 있다. 그건 앎과 행함의 일치다. 배움과 가르침의 균형이다. 오늘날 현대화된 교육은 그 나름 성과도 있지만 문제점도 적지 않다. 과도한 경쟁, 학교 폭력, 디지털 중독... 이 정도면 사실상 교육이라고 이름 붙이는 것조차 어렵지 않을까.
내가 보는 근본 해결책은 균형과 조화다. 듣는 만큼 말하고, 읽는 만큼 쓰는 것. 배운 만큼 실천하는 것. 또한 배운 만큼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배움이 배움으로만 자꾸 미루어지면 지식의 잉여가 된다. 지식 비만이자, 변비가 된다. 사람은 누구나 그렇지 않은가. 듣는 만큼 말하고 싶다. 배운 만큼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싶다. 책을 많이 보면 자기만의 책을 쓰고 싶다. 지혜나 깨달음이라면 기꺼이 나누고 싶다.
그렇게 아이들은 캠프 때마다 발표를 해왔는데 이 과정에서 나는 아이들의 고뇌와 성장과정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아이가 처음으로 했던 발표는 자신이 즐겨하던 '종이비행기 접고, 날리기'였다. 그리고 일 년쯤 지난 뒤, 이 글을 발표한 것이다. 이 날 아이가 발표한 것은 이것 말고 소설도 있다. 바로 아래 판타지 단편 소설이다.
보다시피 글 중략을 했음에도 아이는 A4 석 장 분량으로 소설을 썼다. 아직 작가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글쓰기 훈련이 좀 더 필요하겠지만 그건 지금 이 아이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건 아이 내면의 세계를 글로 풀어내는 과정 그 자체이리라. 그동안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았던, 아이 내면의 세계가 처음으로 세상으로 드러나는 순간이 아닌가.
아이들에게 자기 삶과 성장을 스스로 발표하게 하면 그 효과는 이렇게 놀랍다. 캠프를 꾸린 나로서도 솔직히 감당이 쉽지 않다고 느낄 정도로. 아니, 누구나 쉽지 않으리. 심지어 그 부모조차...
요즘 아이들은 둘레 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에 자란다. 볼 것도 많고, 보고 싶은 것도 많고, 봐야 할 것도 많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무척 중요하다. 앞으로 갈수록 또래 나이라는 그 구분과 경계가 점점 흐릿해질 것이다. 겉으로 자라는 몸은 비슷해 보여도 아이 내면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아이들은 자기 빛깔로 자라고 있다.
요즘 아이들은 평범하다는 거 자체가 어렵다. 평범과 비범은 동전의 양면이기도 하다. 비범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능력이 아니다. '아이마다 고유하다'는 그 평범함을 살려가는 데 있으리. 자기 다운 모습을 잘 살려갈 때, 더욱 건강하고 풍요로운 비범함이 가능하리. 남과 자꾸 견줄수록, 비범함은 길을 잃는다. 남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될 때, 나다움은 더 빛난다. 아이들 앞에는 무수한 거울이 있다. 그 거울을 누가 선택하는가?
이제 마무리를 아이 글로 할까 한다. '부모는 아이랑 교육의 주파수를 맞추어야 한다. 주파수를 완전히 맞출수록 더 좋은 아이가 되지만 주파수를 안 맞춰도 아이의 생각과 행동에 따라 상황은 달라진다.' 양육자가 키우는 몫보다 더 중요한 건 아이 자신이라는 걸 아이는 일찍이 깨닫고 있다. 어른들이 '먼저' 할 일은 아이들에게 눈을 맞추고, 눈깊이로 들어가, 그 깨달음에 귀 기울이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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