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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준 Jan 13. 2021

90년대생 공무원, 그만두고 싶습니다.

‘의원면직’ 공무원들이 공직을 그만둘 때 쓰는 말로 일반 회사에서 ‘사직’과 같은 말이다. 불안정한 취업시장에서 정년이 보장되고 학벌, 성별, 스펙이 아닌 오롯이 실력만으로 합격할 수 있기에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과 날로 높아지는 공무원 시험 경쟁률…….  그 속에서 1년 반의 짧으면 짧고, 기다면 긴 수험생활을 거쳐 남들이 부러워하는 공무원이 되었다. 그리고 일 년. 의원면직만이 유일한 답인 것을 깨달았다.


힘들게 합격한 공무원을 그만둔다고 하면 남들은 하고 싶어도 못하는 걸 왜 그만두냐며 타박하는 사람들밖에 없을 것이다. 과연 그들도 공무원이었다면 평생 공직생활을 할 수 있을까. 주변 공무원 동료들 중에서도 의원면직에 대한 생각은 가지각색이다. 특히, 직장생활 경험이 있는 동료들의 경우 두 가지로 나뉜다. 정년이 보장되고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 일반기업에 비해 마음도 몸도 여유롭다고 하는 유형과 일명 ‘고인 물’, 너무나 보수적인 조직문화에 공무원을 공노비로 아는 민원인, 성취감을 느낄 수 없는 업무로 인해 일반 기업이 낫다는 유형이 있다.      


그리고 공무원 퇴직 비율이 높은 새내기 공무원들. 대학 졸업 후, 공무원이 첫 직장 생활인 신규 공무원들은 다른 일반 기업과 조직생활을 비교할 수 없기에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없다. 그리고 과연 저 사람이 시험을 쳐서 공무원이 된 건가 싶을 정도로 막무가내인 사람과 본인 업무를 부하에게 떠넘기고 시간만 채우다 가는 상사, 아슬아슬 음담패설을 하는 상사, 여전히 여성 직원에게만 커피 심부름을 시키며 지금이 7,80년대인가 착각하게 하는 상사 등 다양한 유형의 직원들을 보며 티브이나 영화에서 보던 현실에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너무나 현실적인 조직생활에 환멸을 느낀다. 그리고 이 곳이 힘든 수험생활을 견딜 만큼 가치가 없는 곳이란 걸 알게 된다. 그리고 1년도 되지 않고 퇴직하는 공무원들이 증가하는 현상을 보면 그 대답을 알 수 있다.     


특히, 90년대생 공무원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이 많이 회자되었다. 애사심을 강조하며 개인의 희생을 마다하지 않던 기존 세대와 달리 회사와 나를 분리하고 개인의 삶에 우선시하며 워라밸을 강조하는 기성세대인 90년대생이 사회 구성원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기존 세대들에게 90년대생인 새로운 동료에 대한 특징을 소개한 책이다. 이 책이 이슈 된 이유는 그만큼 사회 구성원으로, 소비자로서 90년대생의 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존 세대와 수많은 차이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공직사회에서도 볼 수 있다. 최근, 행정안전부는 ‘90년생 공무원이 다.’라는 간행물을 배포하였다. 보수적인 공직사회에서도 90년대생이 일으키는 파장이 커져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몇 편의 글로 몇십 년의 간극을 채울 수 있을까?


이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유들이 있다. 그 이유들을 감내하며 10년, 20년 뒤에도 공직생활을 할 자신이 없다. 그리고 내 결심이 흔들리지 않고자 글을 쓰기로 했다. 내 글이 수많은 90년대생 공무원, 그리고 모든 직장인들에게 공감을 주며 위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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