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죽어서 가죽을 남겨보자

주부에세이(8)

by 쓰는핑거

한 다발 꽃을 사오면 먼저 시들기 시작하는 꽃 들이 반드시 있다. 하루 만에 시들기 시작하는 꽃도 있다. 꽃들 중에도 시원치 않은 녀석들이 있나 보다. 쉽게 시들어 버리는 약한 녀석들이 있나 보다.




그래도 보통 삼 사일은 예쁜 꽃봉오리들을 볼 수 있다. 내가 관리를 잘 못하는지 한다발 꽃들은 보통 일주일을 넘기지 못한다. 일주일이 지나면 꽃봉오리가 고개를 숙이고 색이 변하고 마르기 시작한다. 아무리 지극정성으로 물을 갈아주고 줄기를 깨끗하게 닦아줘봐도, 무심해야 오래 가려나 싶어 덜 만지고 물을 덜 갈아줘봐도 영락없이 딱 일주일이다. 일주일이 지나면 시들시들해져 더 이상 화병에 꽂아둘 수 없을 지경이 된다.





먼저 시들기 시작한 꽃 줄기 하나하나를 정리하다 보면 이상하게도 다들 시들어 죽어버렸는데 유독 싱싱한 꽃이 한 송이 쯤은 꼭 남는다. 그것은 사온지 하루만에 시들어 버리는 그 약한 녀석처럼 혼자 살아 남는 그 강함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지는 일이다.








모두 말라서 시들어버렸는데 왜 그 한송이는 그 안에서 살아남아 혼자서 생생함을 유지하며 독보적인 생존력을 보이는 것 일까.





꽃들에게도 수명이라는 것이 있나보다.






몇일 전, 친한 지인은 아니지만 아는 분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고 암과 코로나 확진이 겹치면서 면역력이 약해진 그 분에게 코로나 후유증은 치명적이였나보다. 생각보다 아주 빨리 그 분의 아쉬운 삶이 끝나버렸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친하지도 않은, 그저 얼굴만 익히 알고 있는 그 분이 그렇게나 빨리 예수님 품에 안겼다는 사실이 갑자기 너무나도 슬펐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넘쳤다.






어제까지 우리와 함께 숨쉬고 먹고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며 일상을 누리던 어느 한 사람은 어느날 갑자기 모든 삶에서 그 모습을 감추게 된다. 그 한 사람은 모습을 감추고 영영히 사라져버리지만 여전히 세상은 나와는 상관 없다는 듯이 돌아간다. 여전히 남은 사람들은 일상을 누리고 존재감을 드러내며 살아간다.










함께 묶여 있던 예쁜 한 다발 꽃들 중에서 다른 꽃들은 다 시들어 화병에서 뽑혀 사라져버렸는데 너는 시들지도 않은 체 예쁜 꽃잎을 자랑하며 올곳이 피어있구나.






어떤 꽃은 시들고 어떤 꽃은 오래도록 화려함을 자랑한다. 어떤 사람은 죽고 어떤 사람은 오래도록 살아남는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언제 피고 언제 시들지 모른다. 그래서 그런 말을 했구나. 오늘을 마지막처럼 살라고...





내 마음을 읽었는지 아이가 다가와 불안해한다. 요즘 자기가 생각하고 짐작되었던 슬픈 예감이 자꾸만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며 두려워한다. 무슨 점술가도 아니고 이게 무슨 소리인가. 아이의 마음을 가만 들여다보니 엄마나 아빠, 사랑하는 가족이 죽게 될까봐 두려워 떨고 있다. 자꾸 그런 생각을 하게 되니까 그게 현실이 될까봐 두려워지는 모양이다.





나도 두려운 순간을 직면하고 바라보고 있었기에 아이의 마음에 순간 동요가 되었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대화하며 내려진 결론을 통해 우리의 인생은, 우리가 죽고 사는 문제는 우리의 선택이 아님을, 주권이 우리에게 있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직시하게 된다.






아이를 위해서 기도해주며 불안해하는 아이에게 감사노트를 써보자고 이야기했다. 엄마도 불안해지거나 불평불만이 생기면 감사노트를 쓰는데 그러면 불안과 염려가 사라진다고 말해주었더니 아이는 차분하게 앉아서 감사제목을 하나하나 적어내려간다.








아이가 쓴 감사노트를 보며 흠칫 놀랐다. 아이의 내면의 성장이 느껴져서 놀랐고 아이의 내면이 단단하게 느껴져서 놀랐다. 아이의 겉모습이 아닌 아이의 마음 속에 들어가 아이를 바라보고 있는 듯 착각이 들어 낯설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의 따뜻한 내면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세상 따뜻함과 감동이 밀려왔다. 아이의 글로 인해 나의 근심걱정 또한 사라졌다.





아이의 감사노트를 sns에 올렸다.

많은 사람이 아이의 표현에 놀라고 감동했다. 나는 그렇게 표현한 그 글에 또 감동이 되었다. 많은 사람이 보았을 텐데 그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은 몇 안 되었다. 그 표현하는 표현 자체가 참 감동적이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따뜻함은 따뜻함을 전해준다.

아이의 따뜻한 내면은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고 또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글의 힘이란 이런 것 이다. 글의 힘은 참 이렇게 위대하고 놀라운 것이다.



표현하지 않으면 도무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난 더 많이 표현하고 살기로 했다. 더 많이 글로 남기기로 했다. 글과 생각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지성이다.




예쁜 꽃 한송이 너는 그저 말 없이 화병에 꽂혀 끝까지 살아남았음을 새삼 위대하게 보여주지만 너는 그저 꽃일 뿐이다.




나는 살아있는 동안 많이 쓰고 표현하고 느끼고 감동하고 살아갈 수 있으니 오늘 피었다 내일 져도 어떠하리. 나는 글을 남길 수 있을 테니....







#주부에세이 #표현 #감성 #따뜻함 #글 #꽃











keyword
이전 03화지금 만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