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철저한 계획형 소비자다.
지출에는 언제나 이유가 있어야 했고, 무계획적인 소비는 그의 사전에는 없었다. 그런 남편이 첫 새 차를 장만했다. 오래된 차를 묵묵히 타고 다니던 그가, 번쩍거리는 신형 SUV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며 나는 새삼 감탄했다. 누구도 그의 소비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 그의 신중함과 절제된 생활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새 차를 가질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인정할 것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남편을 칭찬했다. 우리가 부자여서,굉장한 여유가 있어서가 새 차를 구매한것이 아니라 오래참고 기다린 아빠가 적당한 타이밍에 새 차를 구매했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아빠는 정말 멋진 소비를 하는 사람이야. 꼭 필요할 때 쓰고, 가치 있는 것에 투자하시지."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첫째가 말했다.
"엄마는 하고 싶은 거 다 사잖아?"
나는 당황스러운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막내가 거들었다.
"내가 엄마를 닮아서 뭐 사는 걸 좋아하잖아!"
순간, 나는 방어 본능이 발동했다.
“그래, oo이가 사는 걸 좋아하니까 엄마도 사고 싶은 거 있어도 못 살 때 많아. 참을 때도 많아!"
그러자 첫째가 침착하게 정리했다.
"결국은 그래도 엄마가 갖고 싶은 거 다 가졌잖아."
그 말에 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내 손목에서 반짝거리는 애플워치가 내 변명을 가로막았다. 오랫동안 사고 싶었고, 수없이 참고 또 참았지만, 결국 나는 이 반짝이는 시계를 손목에 차고 있었다.
아이들은 몰라도 된다.
이 워치를 사기까지 내가 얼마나 고민했는지, 얼마나 기다렸는지. 하지만 아이의 한마디는 내 소비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정말 지혜로운 소비란 무엇일까? 계획적인 소비란 무엇일까?
계획적인 소비란, 필요와 욕망을 구분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필요는 삶을 윤택하게 하고, 욕망은 순간을 빛나게 한다. 지혜로운 소비는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정말 필요하지 않은 것이라도, 오랫동안 간절히 원했던 것이라면 때로는 소비해도 된다. 하지만 그 소비가 충동적이지 않고, 충분히 생각하고 기다린 끝이라면 더욱 가치가 있다.
남편의 소비는 늘 그런 방식이었다. 그는 새 차를 사면서도 충동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오랜 고민 끝에, 정말로 필요할 때, 그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해줄 순간에 지출했다. 그게 바로 계획적인 소비의 본질이다.
나는 여전히 애플워치를 손목에 차고 있다. 아이들은 "엄마는 다 사잖아"라고 말하지만, 나는 웃으며 대답할 것이다.
"그래도 엄마는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야."
기다릴 줄 아는 사람만이, 정말 가치 있는 소비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소비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삶을 반짝이게 만드는 선택이 된다. 여전히 손목에서 번쩍거린
애플워치는 나를 설레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