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와 글쓰기의 공통점

by 은섬

독서를 하면서 많은 철학가와 작가가 산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취미가 달리기인 건 유명하다. 나 역시 걷는 걸 좋아하고, 뒤늦게 시작한 달리기를 꾸준히 하고 있다.

몸 쓰는 일은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달리기가 몸에 익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얼마 달리지 않아도, 힘차게 달리지 않아도 숨이 턱까지 찼다. 긴장으로 무거운 어깨와 목구멍에 남은 피 맛 그리고 치미는 오심에 생명의 위협까지 느꼈다. 적응하는 속도가 노화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건 아닌지 의심했다.

그래도 달리는 내가 좋다. 꾸준히 스스로를 관리하는 사람, 달릴 때 다리 근육이 멋진 사람.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느낌은 확실히 중독성이 있었다. 거기다 달릴 때 소설 구상이 잘 됐다. 아마도 달리기로 격렬해진 심장이 뇌에 더 많은 산소를 공급하니 가능한 일이 아닐는지.

지난해부터 짧은 구간의 마라톤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면서 달리기와 글쓰기에서 의외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5km를 뛰면 4km까지는 가뿐히 뛰고 그 뒤에 1km 정도를 힘겨워하다가 성공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실제로 뛰면 반대다. 1km도 안 됐는데 숨이 차고 다리가 천근만근이다. 아니, 남은 게 4km인데 벌써 이렇게 힘들면 완주할 수 있을까? 덜컥 두려워진다.

이때 고통에 집중할수록 몸은 더 힘들어진다. 고통의 낱알을 일일이 세어보다간 고통이 나를 삼키고 결국 포기해버릴 게 분명하다. 결승선에 도달하기 위해선 4km라는 긴 구간 내내 힘든 걸 묵묵히 견뎌야 한다.

이건 글쓰기와 똑 닮았다. 계속 쓸수록 쓰는 게 순조로울 것 같고 글의 퀄리티는 더 좋아질 것 같다. 그러나 글을 쓴 지 4년이 지난 요즘, 나는 소설을 쓸 때마다 다시 출발점에 서는 착각을 한다. 과거 소설을 어떻게 썼는지 모두 잃어버린 백치가 되고, 과연 이번엔 제대로 끝마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진다.

글쓰기에는 신체의 고통 못지않은 정신적 고통이 따른다. 자신의 재능에 대한 의문과 자괴감, 불확실한 미래 등 마음을 괴롭히는 게 한두 개가 아니다. 그 고통에 매몰되지 않아야 계속 쓸 수 있다.

다행인 것은 이런 고통을 온전히 피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거리를 두는 것은 가능하다는 점이다. 물론 우리는 때론 그 고통에 끌려가고 휘둘리겠지만! 그 고통의 변두리에서 우리는 그냥 달리는 수밖에 없고, 계속 쓰는 수밖에 없다. 그것들이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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