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魔)가 낀 게 분명했다. 어떻게 평범하게 살아오던 40대 아줌마의 일상이 이렇듯 일순간에 뒤집힐 수 있단 말인가. 마가 아니라면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여기서 ‘마’란 불교 용어 ‘마라’에서 유래하여 ‘장애물, 훼방을 놓는 것’ 이란 뜻이다. 고요했던 내 삶에 던져진 돌멩이 같다는 점에서 마에 비유하는 것도 영 틀린 소리는 아니다.
2019~2020년 글을 쓰고 흉곽이 아프도록 뛴 것 외에 또 한 게 있다. 웹툰을 보고 웹소설을 읽은 것이다. 만화방도 가본 적이 없는 내가 손바닥만 한 화면을 들여다보고 웃고 울게 될 줄이야. 순서로 따지면 웹툰이 제일 먼저고 그 뒤로 글쓰기, 웹소설, 달리기 순인데, 하나가 다른 것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일일이 따져보기 어렵다. 나에겐 이 모든 것이 하나의 큰 변화이므로.
웹툰이 시작이었지만 상상의 여지가 남겨진 소설 쪽이 더 취향이었다. 한 2~3년 웹소설을 정말 많이 읽었다. 씻는 시간도 아까워서 욕실에 폰을 가져가고, 웹소설을 읽던 플랫폼에선 쉬지 지 않고 알람이 울었다. 물론 아이가 잠든 후가 피크타임이었다. 덕분에 내 안구는 빠르게 노화를 맞이했으니, 이 정도면 시력과 맞바꾼 웹소설 사랑 되시겠다.
요즘은 웹소설을 읽을 수 있는 플랫폼이 많다. 내가 이용하는 플랫폼에선 ‘기다무’(기다리면 무료) 서비스가 있다. 24시간을 기다리면 1회를 무료로 볼 수 있는. 다만 최신 10회는 '기다무' 적용을 받지 않아 결제가 필수다. 웹소설은 보통 100회가 넘어가지만, 운이 좋다면 단돈 1,000원으로 완독 할 수 있다.
‘운이 좋다면’이라고 표현한 것은 한 번 빠지면 계속 결제하면서 읽어대기 때문이다. '기다무' 의미가 없어진다. 완결이 나지 않았다면 돈을 줄 테니 글을 더 내놓으라고 소리치고 싶은 심정. 고물가 시대에 100원에 1회분의 소설을 읽는 것이 감사하고 100원이 값지게 느껴진다. 느긋하게 취향의 소설을 결제하며 읽는 게 최고의 휴식이다.
소설 속 남자 주인공의 매력은 하나같이 치명적이다. 직업은 생각보다 다양하지만, 더 선호받는 직업들도 분명 존재한다. 배우, 아이돌, 재벌, 조폭이 많다. 주인공 직업이 파일럿인 경우가 있었다. 잘 알지 못하는 분야의 전문직이 나오면 흥미진진하면서 견식까지 넓어진다. 나는 웹소설을 만나고 휴머니스트가 됐다. 어떤 사람을 보거나 만나면 웹소설에서 동일 직업을 가진 주인공을 떠올리며 마음이 유해진다.
이건 연애하는 마음과 너무 닮았다. 내 심장을 꺼내 만져볼 수 있다면 육아와 가사에 시달린 내 심장은 제법 딱딱할 듯. 그런데 웹소설을 읽고 말랑해진 거다. 남의 일인데도 심쿵하고, 볼을 붉히고 심장이 좀 더 빨리 뛰는 짜릿한 경험.
마냥 웹소설이 좋아서 글을 쓴 건 아니지만, 웹소설이 글 쓰는 데 영향을 미친 건 확실하다. 글을 처음 쓸 때 로맨스를 너무 쓰고 싶었고, 내 글로 독자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싶었다. 구원 서사를 좋아해서 읽는 사람까지 구원받는 느낌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단 욕심이 있었다. 그것은 결국 내가 사랑으로 구원받고 싶다는 마음.
물론 그런 바람과 실제 글을 쓰는 건 하늘과 땅만큼 달랐다. 많은 좌절을 했고 지금은 그 마음을 많이 내려놓았다. 지금은 하고 싶은 것보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언젠가 훨씬 더 심쿵한 로맨스를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웹소설을 읽을 때 내게 스며든 것들이 순수소설과 웹소설의 사이에서 독특한 매력으로 표현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