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독서회

by 은섬

햇수로 벌써 7년째 독서회를 하고 있다. 시립도서관에 한 달에 한 번에 하는 독서모임의 이름은 ‘글공감’ 이다. 처음 시작했을 때 유치원생이었던 아이가 내년이면 중학생이 된다. 그 사실에 내가 이 모임에 얼마나 오래 몸담았는지 실감이 난다.

평일 오전에 하는 모임인지라 10여 명의 참가자는 대부분 전업주부다. 성별은 모두 여성이지만, 연령대는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긴 시간 만큼 모임의 구성원도 많은 변화를 거쳤다. 나를 포함해 처음 독서회가 만들어질 때 모였던 인원 중 3명이 터줏대감처럼 자리 잡고 있고, 이후에 3~4명이 몇 해를 함께 했다.

독서회에 참여하면 내 취향이 아닌 책을 읽어볼 기회, 즉 독서 편식을 바로잡을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지정 도서는 연말에 회원들이 추천한 책들로 정해진다. 그중에는 나라면 절대 읽지 않을 책, 읽고 나서도 시간 낭비라고 느껴지는 책도 있다. 그래도 읽다 보면 마음이 찌릿하는 구절 1개쯤은 있고 함께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책을 읽을 때보다 더 즐거울 때도 있다.

그 못지않은 장점이 하나 더 있다. 그건 나의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되어준다는 것이다. 독서회에서는 돌아가며 감상을 이야기하는데, 동조와 반박이 그때그때 튀어나오는, 느슨한 토론 형태다. 가서 말 한마디라도 하려면 메모해가며 열심히 책을 읽어야 하고 많이 생각해야 했다. 놀랍도록 책의 이해도가 올라가는 건 당연하다.

육아와 가사를 하면서 뭔가 내 것을 내세울 일이 적어지다 보니 그런 게 하나의 결핍이었던가 보다. 책을 읽으며 내가 느낀 것들을 타인과 공유하는 경험이 좋았다. 그간 간절했던 소속감도 듬뿍 맛볼 수 있었고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독서의 참맛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7년째 같은 사람들을 만나오니 이들은 내 삶에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 사람이 정신적으로 건강하기 위해선 사회적 관계망이 중요하단다. 주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들이 나와 취향이나 결이 비슷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과거 그저 ‘아이’라는 공통점으로 만난 엄마들과의 인간관계가 즐겁지 않았던 이유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콧구멍에 바람 넣어주는 일이 즐거워 허겁지겁 시작한 관계가 많은 순간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지?’라는 의문을 품게 됐던 이유를. 그렇게 취향이 배제된 관계가 성공하긴 어려웠을 거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인간관계에 더 서툴기도 했다.

물론 독서회가 매 순간 기쁨과 환희로 가득 찬 것은 아니다. 독서회에 오면서 책을 읽어오지도 않고 뻔뻔한 사람들을 매번 나를 화나게 했다. 묘하게 초점을 벗어난 말을 들으면 나는 다른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는 일이 재밌다. 책을 논하는 곳이지만 사람이 좋은 것과 정치적인 성향은 다르다는 거란 걸 배우게도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독서회의 고인물이 되고 보니 가끔은 이렇게 비슷한 사람만 만나도 될까? 라는 권태기 아닌 권태기였던 때도 있었다. (지금은 살짝 벗어난 듯)

한 달에 한 번 이 사람들을 만난다. 내 신변잡기보다 이 책을 읽을 때 느낀 내 감상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내 삶에 닻과 같은 이 사람들과 함께 한 시간 덕분에 나의 밀도는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이전에 나의 내부가 큼직한 돌멩이로 채워진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밀알로 채워지고 있는 느낌.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독서회 전날이 되면 가슴이 콩콩 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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