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쓰기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됐다. 그건 감기 같았고 교통사고 같았다.
맘 카페만큼 지역 정보에 밝은 곳이 없다. 그곳에서 글쓰기 모임 멤버를 구하는 글을 보았다. 평소 글을 좀 써봐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없는데, 고민도 하지 않고 작성자에게 연락했다. 각 잡고 글을 써본 적이 없었다. 여학생들이 많이 써본다는 흔한 로맨스소설이나 팬픽도 써본 적이 없었다.
2019년 5월의 첫 모임. 모임 주선자가 제시한 주제는 거창하게도 ‘자아 성찰’이었다. 나는 A4 한 장 빼곡한 글을 써갔는데, 그건 자아 성찰이라기보단 자아비판에 가까웠다. 모임 인원은 나를 포함 3명이었고, 장소는 특이하게도 모임 주최자의 집이었다. 그곳에서 2번의 모임을 했고, 이후엔 스타벅스에서 모였다.
이때부터 계속해 1달에 한 편의 소설을 쓰고 있다. 소설 편 수가 어느새 50개를 넘었다. 중간에 코로나 때문에 만나지 못할 때도 있었고 몇 번은 줌(Zoom)이 우릴 이어줬다. 그때 농담처럼 한 이야기가 있다. 1달에 한 편씩 꾸준히 글을 쓰면 10년 후엔 100편 넘는다. 설마 그 안에서 명작 하나 나오지 않겠냐고.
결과부터 말하면 주최자는 매번 글을 쓰는 둥 마는 둥 하더니 5번째 모임 후 탈퇴를 했다. 홍철이 없는 홍철 팀이었다. 이후 인원을 더 모아 글쓰기 모임은 이어졌다. 그래도 내게는 글쓰기 모임을 만들어준 주최자에게 감사한 마음이 여전하다.
나의 첫 번째 글은 에세이였지만, 무슨 배짱으로 두 번째부터 소설을 썼다. 당시 보았던 영화 ‘칠드런 오브 맨’에 영감을 받아 쓴 짧은 SF 장르였다. 겁도 없었지. 진짜 무식하면 용감하단 말은 옳다. 모임이 끝나고 나서는데, 함께 했던 언니가 칭찬을 해줘서 쭉 용기를 냈을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고 지금에서야 생각한다.
매번 같은 카페, 같은 좌석에 앉아 서로의 글을 공유했다. 써온 글을 A4 용지에 출력해와서 나눠주고 잠시 그 글들을 읽었다. 그때의 긴장감이란. 멋쩍은 마음, 얼굴이 붉어질 것 같은 마음에 입안에 침이 마르고 입맛도 조금 텁텁한 것 같았다.
우리는 글을 쓰고자 했지만 사실 글로서 스스로를 치유하고 있었다. 내 안에 있는 걸 모두 토해내고 나서야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있더라. 그때까진 맨날 그 얘기가 그 얘기 같아도, 멤버에게 조금 민망하고 지긋해도 내 이야기를 해야 한다. 우린 서로를 알지 못하는 상태라서 더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속내를 드러내는 데 주저함은 없었다. 가끔은 누가 더 불행한 유년시절을 보냈나 배틀을 뜨는 것 같았다.
그 모든 시간이 좋았다. 비즈니스 관계라서 우리는 정해진 모임일 외엔 따로 만난 적이 없었다. 오전 10시에 시작한 모임이 끝나는 시간은 12시. 딱 점심 먹기 좋은 시간이지만, 우리는 한 번도 함께 밥을 먹지 않았다. 그마저 좋았다. 아직도 그 카페를 지나면 아련한 마음이 든다. 뭔가 글쓰기의 초심을 바라보는 것 같아서. 그 시선만으로도 마음에 햇빛이 들고 그 자리가 따뜻하게 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