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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섬 Jan 21. 2024

하찮은 액땜 중입니다

글로 쓴 마음 1


터무니없는 꿈을 꿨다. 얼마나 터무니가 없냐면 잠에서 깨면 딸아이에게 말해줘야지, 그러면 아이가 깔깔 웃겠지 싶은 그런 꿈이었다. 걸그룹 기근 현상으로 자격 미달의 지원자들도 데뷔가 가능한 세상. 나 역시 걸그룹으로 데뷔를 했고 그 자격 없음에 국민청문회에 나가게 되었다. 그렇게 불려 나간 곳은 운동장. 큰 죄를 저질렀다는 생각에 무른 바닥 위에 똑바로 서는 게 쉽지 않았다.


2024년이 시작하고도 어느새 20일이 지났다. 연말이 되면 일기를 쓸 때마다 이제 곧 2023년이 아니고 2024년이라는 사실을 상기했다. 일기에 날짜 실수하는 게 대수라는 듯이. 덕분에 정말 2024년이 되면 올해가 24년인지 25년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요즘 매번 걸려 넘어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다. 지난 2일에 친정에 다녀왔다. 엄마가 챙겨주는 밥을 먹고 할 일이 없으면 따뜻한 돌침대에 들어가 잠을 잤다. 돌아와 단골집에서 식사를 한 후 장염에 걸려 지옥을 봤다. 허리 통증 때문에 한 소변검사에선 혈뇨가 발견돼서 한 달 후 재검사를 권고받았다.


본체가 공짜로 생겨서 에어팟 단품을 구입했는데, 받고 보니 콩나물 대가리가 너무 길었다. 그렇다. 에어팟 알못인 내가 본체는 2세대 프로인데, 단품은 그냥 2세대를 구입한 것이었다. 아이 문제집인 기초영문법 2를 사야 하는데 1을 주문했다. 운동화는 평소 신는 치수를 주문하니 발에 너무 딱 맞아 신을 수 없었다. 3일 내내 제품을 반품했다. 젠장!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12월 31일을 기념해 뚫은 피어싱은 처음엔 신기할 정도로 멀쩡하더니 하루아침에 붓고 아프기 시작했다. 약국에서 소염진통제를 사 먹고 내과에서 처방을 받았는데도 너무 아파 잠을 잘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피어싱을 빼며 울었다. 너무 아파서 또 고생한 게 아까워서.


이렇게 신년초부터 재수가 없으면 일 년 내내 고생하는 건 아닐까? 작년엔 어땠더라? 작년 이맘때도 아팠었다. 친정에서였고 친구를 만나러 시내 나갔다 너무 어지러워 119를 부를 뻔했다. 맘카페에 문의하니 나는 이미 이석증 환자였다. 진료 결과는 아니었음.


작년은 평범한 한 해였던 것 같다. 특이사항이라면 가을에 씨게 왔던 번아웃이 있지만, 삼재를 의심할 만큼 운이 없는 건 아니었다. 아~ 다행이다. 올해도 별 일 없이 지날 수 있겠구나. 그냥 지금은 하찮은 액땜중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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