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 관한 조금은 슬픈 이야기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사거리
한 복판에 쓰러진
삼색 고양이 한 마리
삼색이중에는 유독 암컷이 많다지
목숨 걸고 밤낮을 건너 다녔을 그 길
오늘은 끝내 건너지 못했구나
너에게는 얼마나 넓고도 긴
감당할 수 없는 두려움이 도사리는
전쟁터 같은 곳이었을까
살려던 것뿐인데 그저
살아내려던 것뿐인데
너에게 이 도시는 너무나
잔혹하고 황량했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보았다
무모하게 목숨을 던져
길을 건너려던 그 이유를
그 처절한 본능을
빈 버스정류장 앞
먼 곳을 바라보며 막연히
누군가를 기다리는
손바닥만한 새끼 고양이를
나는 보고 말았다
어미가 누운 십자로 위
차들은 아무 일 없이
사방으로 줄을 이어 지나쳐간다
안락하고 포근한 집으로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