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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국 방구석 주부 Mar 16. 2023

오지 않는 ‘봄’ 맞이

D+222 (mar 11th 2023)

3월도 이제 중순에 다다르고 있는데, 아직도 봄 날씨는 요원하다. 물론 한국에서도 3월 중순까지는 꽃샘추위로 추운 날이 반복되었던 것 같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여기선 바닥 난방을 하지 않으니 이른 봄 날씨가 더 추운 것 같기도 하다. (아, 물론 눈이 왔으니 안 추운 날씨가 춥게 느껴지는 건 아니다)


이곳은 겨울의 날씨가 워낙 추워서 계속 봄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늦여름에 처음 미국에 와서 적응 좀 하려나 싶었더니 10월 말부터 추운 겨울이 시작되었다. 가뜩이나 집돌이 성격인 나로서는 집에만 틀어박힐 명분이 생겼고, 그렇게 거의 4~5개월 동안 집에만 박혀 있었다. 아무리 집돌이라도 이 기간은 꽤나 힘이 들었다. 가정주부인 입장에서 정기적으로 만나는 사람도 나가는 모임도 없으니, 정말 그야말로 집에만 박혀 있는 거다. 그래서 봄만 되면 파티오에 정원도 가꾸고, 파티오에 앉아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며 일광욕도 즐기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그래서 아마존에서 저렴하게 파티오용 선배드 두 개 세트도 구매했다) 


그런데.

그런데,


봄이 영 오지 않는다. 3월이 되고 나서도 계속 아침 기온이 영하를 유지하고 있고, 낮 최고 기온도 여전히 10도에 미치지 못한다. 거기에 맑은 날씨는 일주일에 두세 번에 불과하고… 한국에서처럼 미세먼지는 없지만, 흐린 날씨 탓에 그 효과를 체감하기도 어렵다. 봄을 맞을 준비가 다 됐는데, 소식이 없다.


이대로 기다리기만 하기엔 지칠 것 같아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러던 중에 봄이 오면 늘 봄맞이 대청소와 함께 가구 배치를 바꾸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마침 얼마 전 보았던 유튜브 영상에서 강수지 씨가 가구 배치를 바꾸는 것이 분위기 전환에 도움을 준다고 하길래, 도전해 보기로 했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는 부엌은 완전히 분리돼 있지만, 거실과 다이닝 룸이 거의 구별되어 있지 않고, 길게 연결되어 있는 구조다. 부엌 앞쪽에 다이닝 룸, 그 옆으로 거실이 쭉 이어지고, 거실에 파티오로 나가는 형태인데, 파티오 쪽은 남향으로 채광이 좋고, 다이닝 룸 쪽엔 중복도에서 이어지는 현관문이 있아 어두운 구조다. 그런데 나와 아내를 위한 책상이 따로 없어서, 내가 글 쓰고 유튜브 영상을 만들거나, 아내가 학교 공부를 할 때,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다이닝 룸에서 보내고 더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 거실은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즉 채광이 좋고 넓은 공간을 두고, 좁고 어두운 문간에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거실과 다이닝 테이블의 위치를 바꾸기로 했다.


아내에게는 서프라이즈로 보여주기로 하고, 아내가 리서치 때문에 시내에 나간 사이, 혼자 거실-다이닝 룸 구조 변경에 나섰다. 먼저 다이닝 룸에 있는 거대 식탁(이 글에서 조립한)을 거실 중간 쪽으로 옮기고, 소파와 커피 테이블, 그리고 티브이를 다이닝룸 쪽으로 옮겼다. 아무래도 다이닝 룸 쪽 공간이 더 좁다 보니까 소파와 티브이 사이가 조금 가깝긴 했지만, 가진 티브이가 그렇게 크지는 않아 오히려 괜찮아 보였다. 거실에 위치한 식탁도 나쁘지 않았다. 지금도 바뀐 식탁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채광도 좋고 밝아 훨씬 낫게 느껴진다. 단점이라면 아직 봄이 아니라서 파티오 쪽 자리가 춥다는 것 정도?


아내가 오후에 와서 바뀐 거실-다이닝 룸 구조를 보고 훨씬 만족스러워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식탁이 밝은 곳에 있는 것도 좋고, 현관문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 이곳에 산 지도 벌써 7~8개월 됐는데, 구조를 바꾸니 산뜻하니 좋았다.


주말엔 자동차 ‘인포 시스템’ ‘자가 교체’에 나섰다. 지금 현재 몰고 있는 차량은 2011년식 차량인데, 마침 이 시기에 나온 차들의 나름 첨단이라는 인포 시스템이 스마트폰과의 호환이 잘 되지 않는다. 거기에 후방 카메라도 없어서 아직 초보운전인 아내가 운전하기 어렵다고 해서 인포 시스템과 후방 카메라를 아마존으로 저렴하게 구매했다. 미국에서는 대부분 차고에서 많은 사람이 차를 직접 고치고 튜닝도 하고 하니까,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깊은 결심을 하고 유튜브로 설치 방법을 확인하는데… 이건 아닌다 싶은 거다. 차 중앙에 위치한 센터패시아를 다 뜯고 교체해야 하는데, 일이 너무 커 보였다. 그래서 근처 카센터에서 설치를 해 보려고 했는데, 설치에만 500불이 넘게 든단다. 내비를 200불에 샀는데… 결국 맡기는 건 포기하고 직접 설치하기로 했다.


토요일 아침부터 툴을 바리바리 싸들고 주차장으로 나갔다. (슬프게도 차고는 없다) 차가 좁아서 자세도 안 잡히는데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가며 힘을 쓰기도 하고 툴을 바꿔가며 시스템을 다 뜯고, 전동으로 움직이지만 터치는 안 되는 희한한 스크린을 제거하고 최신형 스크린으로 교체했다. 나머지 시스템을 다시 원상 복구하는데, 워낙 안에 전선이 많아서   잘 들어가지 않았다. 넣었다 뺐다를 거의 한 시간을 반복한 끝에 다행히 설치를 마쳤다. 스크린 교체에 걸린 시간이 약 3시간? 후방 카메라 설치는 다음으로 미뤘다.


다행히 설치한 시스템은 잘 작동한다. 하지만 라디오 안테나 아답터가 없어서 라디오는 나오지 않는다. (미국 라디오, 알아듣지도 못하는데 들을 일이 없다) 하지만 스마트폰과의 연결도 잘 되고, 최신 지도도 넓은 화면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무선으로 연결돼 노래도 들을 수 있으니 좋기도 하고. (그전 시스템에선 블루투스가 전화만 되고 노래가 안 나왔다)


다음 다음 주 정도면 날씨가 조금 따뜻해진다고 한다. 조금 이른 봄맞이로 가구 재배치와 내비게이션 스크린 교체를 했는데, 그러니 더 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어서 봄이 와서 야외활동도 많이 하고 새로운 계절 경험도 많이 했으면 좋겠다.


Photo by Anthony DELANOIX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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