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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국 방구석 주부 Mar 30. 2023

아침형 인간, 새벽형 인간

D+231 (mar 20th 2023)

새해가 되면서 몇 가지 다짐한 것들이 있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주중엔 새벽에 일어나 개인 공부나 작업을 하는 거였다. 특별히 아침형 인간은 아닌데, 그래도 꽤나 규칙적인 것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한 번 계획을 세우고 나면 두세 달은 잘 지키는 편이다. 벌써 3월이 다 지나가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꽤나 잘 지켰다. 


가정주부로 하루를 살다 보면 개인의 시간을 가지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 새벽부터 아내나 아이의 도시락을 준비해야 하는 것도 있고, 시간 따라 아이를 학교에 보내거나 픽업하는 일, 반려견 디디를 산책시키는 일, 아내를 학교에서 픽업해 오는 일 등 시간에 따라 해야 할 일들이 있고, 그 사이에 청소도 하고 장도 보고 식사도 준비해야 하다 보니, 공부를 하거나 개인 작업을 하거나 글을 쓰기가 쉽지 않다. 보통 딸아이가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9시 반 정도인데, 아이가 더 어릴 때는 8시 정도에 잠자리에 들어서 그 이후에 아내와 시간을 보내거나 개인 작업을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아이가 잠드는 시간이 조금씩 늦어지다 보니, 뭔가 작업을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집안일에 피곤해서 더 무얼 하기가 어렵기도 하고.


그래서 생각한 게 새벽에 일어나서 시간을 갖는 거였다. 아이가 잠드는 시간에 바로 잠자리에 들고, 새벽에 일어나 공부를 하거나 글을 쓰는 시간을 가지다가 시간이 되면 아침 준비를 하는 식으로 시간 계획을 세웠다. 처음엔 목표를 가지고 공부를 하려고 했는데 아직 이곳 생활에 적응 중이고 특정 일에 매여 있는 것보다는 조금 플렉시블 한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글을 쓰거나 크리에이터 일에 조금 더 매진하기로 했다. 물론 아마추어이긴 하지만.


전에도 한 번씩 삶에 변화를 주고 싶거나 강한 필요를 느낄 때 새벽에 일어나는 도전을 하곤 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새벽에 일어나기 프로젝트는 8년 전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회사에 입사한 지 1년이 갓 되었을 시절인데, 당시 아내의 건강이 안 좋아져서 야근(!)을 하기 어려워졌다. 당시 내가 하고 있던 작품의 방송일이 다가오고 있어서 일이 많았는데, 퇴근도 일찍 하고(!! - 사실 정시 퇴근이었다!) 집에서도 집안일에 아이를 보는 것까지 하려니 일이 계속 밀려서 힘들었다. 그래서 아이가 잠에 드는 8시에 같이 자고, 새벽에 일어나 밀린 일을 처리하는 쪽으로 계획을 세우고 실천했었다. 그렇게 종영까지 거의 8개월 동안 새벽에 일어나는 생활을 지속했는데, 효과는 만점이었다. 일단 야근하지 않는 대신 절대 업무가 밀리지 않겠다고 당시 팀장과 약속했었는데, 일을 밀리지 않았던 덕분에 회사에서 인정을 받아 그날 이후 야근은 거의 해본 적이 없고, 그 새벽시간에 보냈던 컨펌 메일들 덕분에 성실한 직원으로 사장님께도 인정받았다(!)


어느덧 미국에 온 지도 6개월이 되었고, 약간은 반복되는 생활에 지루해지던 참이었다. 그래서 유튜브 콘텐츠 프로젝트를 늘이고 보다 적극적으로 영상을 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동화나 소설 같은 내러티브 작품에도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미국에 오면서 쓰기 시작했던 미국에 오게 된 과정을 담은 글인 ‘와이프 따라 미국 가는 남편”을 마치기도 했다. 다양한 글도 쓰고 영상도 만들어 올리기 위해 새벽 시간을 쓰니 뭔가 산뜻한 하루를 시작하는 것 같아 좋았다.


또 하나 장점이 있었으니, 그건 한국의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내가 사는 곳과 한국은 13시간의 시차가 있는데, 거의 반대에 가깝다 보니 내가 잠을 자는 시간은 거의 한국의 낮시간이다. 아직까지는 콘텐츠의 대부분을 한국어를 활용한 블로그 글, 유튜브 영상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 시간에 맞추어 영상을 업로드하는 것이 중요했는데, 아무래도 한국 시간에 맞추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새벽에 일어나면서부터는 한국 오후 시간, 혹은 퇴근 시간 이후에 딱 맞춰 글이나 영상을 업로드하기가 더 좋아졌다. 아직 조회수나 구독자가 워낙 적어 크게 의미는 없지만, 적어도 내 생활에서는 훨씬 효율적인 것 같다.


시간을 훨씬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이 도시락 싸느라 허둥지둥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하고 난 뒤에 집안일을 하니 훨씬 오전이 상쾌하다. 여유도 많아진 느낌이다. 전엔 아이가 잠들고 나면 그때서야 뭘 해야겠다는 생각에 허둥댔는데, 그냥 아이를 재우고 나도 씻고 자리에 누우면 된다.


덕분에 아내도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다. 과제를 하든 연구를 하든, 고도의 집중을 요구하는 아내 입장에서는 내가 잠들어 주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괜히 깨어있으면 말을 걸기도 하고, 공부만 한다고 섭섭해하기도 하니까. 대신 주말에 금요일과 토요일엔 밤늦게까지 간식을 쌓아두고 밀린 대화를 하거나 넷플릭스/아마존 프라임을 보면서 신나게 논다.


고작 두 시간 반 일찍 일어나는 건데, 생활이 달라진다. 산뜻한 하루의 시작은 기분을 좋게 한다. 물론 또 반년 정도가 지나면 그만두고 저녁형 인간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번씩 생활 패턴을 바꿔주면서 변화를 주어야 지루함이 사라진다. 주부의 삶이 그렇다.


Photo by mk. 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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