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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년수험생 jcobwhy Jan 10. 2024

정초부터 미국의 보이스피싱?

2024년 1월 1일(이주 521일 차)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나서 지난 10년 동안 스마트폰과 연계된 다양한 사기 사건, 즉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과 같은 신종 사기 사건이 극성을 부리는데, 이는 한국이나 미국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수법도 굉장히 비슷해서, 휴대폰 문자의 링크 클릭을 유도한 후, 악성 코드를 심고 그 이후에 각종 정보를 해킹하거나 통화를 통해 정보 및 재산 갈취를 해가는 형태다.


우리 가족 같은 경우, 한국에선 이런 식의 피싱에 속을 일은 많지 않았다. 아무래도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기도 하고, 아내는 IT 업계에서 일하고 있으니 경각심도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에 오고 나선 이런 스미싱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았다. 일단 한국에 비해 아웃바운드 텔레마케팅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전화 상담 서비스가 인도나 필리핀과 같은 영어권 저성장 국가에 외주를 주고 있기 때문에 진짜 전화 상담도 보이스피싱처럼 느껴진다.


아웃바운드 텔레마케팅을 통해 전기 공급 업체를 변경하기도 하고, 우편으로 온 쿠폰으로 휴대폰과 통신사를 바꾸기도 했다. 이메일을 통해서 크레디트 카드 정보를 얻고 신청하기도 한다. 아직도 전통적인 아웃바운드 마케팅이 활발한 미국에선 이런 정보들에 귀를 기울여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스미싱이나 보이스피싱도 이와 유사한 형태로 접근이 오기에 조심해야 하기도 한다. 아직 영어가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외국인의 입장에서 이런 정보와 스캠을 구분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연말에 주변에서 이런 종류의 마케팅 사기 보이스 피싱으로 고생하신 지인분이 계셨다. 이용하고 계신 통신사에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태블릿 피씨가 새로 개통이 되었고, 매월 수백 불의 이용료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는 안내 전화를 받았는데, 이 통화를 하면서도 추가로 다른 서비스 가입이 진행되는 등, 정말로 처음 경험해 보는 스캠이었다고 한다. 다행히 통화를 이어가면서 해당 통신사 대리점을 직접 방문했고, 해당 대리점 직원을 통해 이상 서비스와 모든 고지서를 삭제 처리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단박에 겁이 확 난다.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금전적인 보호를 완전히 받을 수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겁이 나는 것은 매한가지다. 지인의 사건 이야기를 듣고는 이런 스캠, 보이스피싱 등에 경각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새해 아침이 되었다. 새해 아침은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휴일 아침, 늘 그렇듯 난 반려견 산책 때문에 잠시 집을 비웠다. 한 15분 정도 자리를 비웠나? 집에 돌아오자 아내가 묻는다.


‘우리 신용카드 150불 결제한 거 없지?’


“응? 딸 피아노 앱 연간 구독 결제했잖아.’


아이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피아노를 스스로 연습할 수 있는 앱을 구독해 달라고 했고, 결제를 했다. 일주일 무료 이용기간이 있어서 1월 1일에 결제가 되었다.


‘아, 진짜? 스캠 신고했는데.’


15분 만에? 물어보지도 않고?


아무래도 최근 지인의 이야기에 매우 민감했던지라, 이상한 결제 내역에 덜컥 겁이 나서 바로 신고처리를 한 모양이었다. 물론 카드사에서 이상 결제 판단을 먼저 하고 홀드 되어 있는 상태였는데, 아내가 ‘내가 산 게 맞다’라고 하면 결제가 되는 거였다. 앱스토어에서 100불이 넘어가는 결제가 되다 보니 카드사에서 지불 유예를 걸었다. 아내는 그 안내 메일을 보고선 결제를 취소한 것. 반려견 산책 갔다 들어오면 물어보고 하지. 그냥 바로 스캠 신고를 하다 보니 카드 분실 신고와 함께 모든 연결이 끊어져 버렸다. 물리 카드와 함께 애플페이와 가상 결제까지 모두.


미국은 은행과 파이낸셜 쪽에서 스캠에 대한 차단이

비교적 잘 되어 있는 편이긴 하다. Scheme이나 Freud에 대해서는 바로 결제를 유예하거나 동결하고 스캠이 아니라는 것이 확정될 때까지 내 통장의 잔고는 안전하다. 때로 한국처럼 빠르지 않은 업무 처리에 답답함을 느낄 때도 많지만, 이런 안전장치 덕분에 스캠의 위협에서는 안전함을 느낄 수 있다. 사기범들이 내 돈을 훔친 것이 아니라, 은행이나 카드사의 돈을 훔치는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란다. (현지 은행 보안 담당지의 말이다)


다행히 보이스피싱이나 스캠 같은 것은 아녔다. 하지만 덕분에 열흘 정도 신용카드 없이 직불카드로만 생활해야 한다. 이게 또 은근히 불편하다. 그래도 큰 사기나 위험을 겪은 게 아니니 얼마나 다행인가. 새해 첫날부터 버라이어티 했다. 그나마 아내가 한 일이니 몇 통화의 전화만으로 해결했지, 나였으면 전화에 겁먹고 자책하고 난리도 아니었을 거다. 새해엔 안전하고 건강하게, 스스로 잘 점검하라는 경각심을 주는 이벤트가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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