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관성이 있는 사람인가

앞뒤가 다르고, 안팎이 다르고, 뭐가 그리 달라?

by jcobwhy

팀에 신규 입사자를 채용하기 위해 공채를 진행했다. 수많은 지원자들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가 폴더를 가득 채우고, 실무 면접관인 나는 팀에 맞는 준비된 인재를 고르기 위해 각종 서류와 자료들을 면밀하게 살핀다. 이번에도 적임자를 찾기 위해 여러 지원자들의 제출 자료를 살피느라 적지 않은 시간을 썼다.


우리 분야는 학력이나 학점, 자격증, 특정 시험의 점수 등은 업무에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를 중점적으로 검토한다. 애니메이션 프로듀서라는 직업은 글을 쓰는 일이 굉장히 많아, 자기소개서를 통해 얼마나 자신을 조리 있게 묘사하고 흥미를 가지게 만드느냐가 서류 통과를 위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안타깝게도, 수십 명의 지원자 자기소개서를 검토하면서, 흥미를 가지게 되기는커녕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글들을 보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대부분은 여러 문항의 질문을 거치면서 일관성 없는 내용을 열거하기 때문이다.


그런 자기소개서를 읽으면 지원자에 대한 매력도(흥미, 혹은 적임자 여부)가 급격히 떨어진다. 어떤 게 진짜 모습인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1. 어렸을 때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고, 학교 생활도 혼자 스토리를 짜며 그림을 그리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고 하는데,
2. 지원 직종엔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을 발전시키는데 노력해 좋은 성과를 냈다고 하면서,
3. 정작 포트폴리오는 늘 혼자 한 작품을 제출한다.


이런 지원자들은 통상 이 업계에 필요한 인재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좋은 내용이란 내용은 죄다 끌어다 쓰는데, 그 내용들이 서로 일관성이 없다 보니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또 위의 예시에서 지원자는 자신의 소통 능력을 강조하고 싶어 했지만, 포트폴리오나 이력을 종합한 정황으로 보았을 때에는 실제 소통 능력이 지원자의 가장 큰 취약점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위 사례의 지원자는 실무 면접 단계에서 소통에 취약한 모습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질문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했고, 동문서답과 같은 답변이 많았으며, 면접 막판에는 자신의 강점을 피력하다가 흥분하기까지 했다.


사실 일관성 없는 지원서의 이야기를 길게 한 것은, ‘취업 필승 전략’ 같은 것을 족집게 강사처럼 말하려 한 것은 아니고(물론 이게 알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요청해 주세요~), 그냥 평소의 우리의 모습이 이렇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가장 나 자신을 다듬고 다듬어 나온 내 일대기라 할 수 있는 취업 자기소개서가 이럴진대, 하물며 컨트롤이 전혀 안 되는 우리의 실제 삶에서는 얼마나 일관성이 없는 모습을 보이며 살아갈까?


스스로 성 역할에 대해 진취적이고 성 평등을 지향한다고 하지만, 불쑥불쑥 19세기에서나 왔을 법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말을 쏟아내곤 하고, 꼰대를 극혐 하며 ‘난 저러지 말아야지’를 입에 달고 살다가도, 후배를 보며 ‘너무 지만 생각하는 거 아냐?’하며 전형적인 젊은 꼰대를 시전 하고는 한다.


살면서 어떻게 일관성을 가진 삶으로 살 수 있을까 고민해본다. 물론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의지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말이다. 나는 내 안에서 위와 같이 묘하게 충돌하는 생각과 행동이, 감정과 이성이 나를 괴롭게 하고, 그런 갈등을 최소화하고 싶기에 일관성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일관성 있는 삶을 산다면 내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판단과 행동을 빠르게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디서 일관성 있는 태도와 행동이 나올 수 있을까? 그건 아마도 중심을 잡고 있는 생각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가치관, 혹은 철학이라고 부르는 한 사람의 생각이 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움직일 것이다. 그런데 살다 보면 이 중심이 되는 생각이 흔들리게 되고, 그 흔들리는 중심 때문에 일관성 없는 판단과 행동이 나오지 않나 싶다.


또, 그 가치관이라는, 철학이라는 생각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너무 많은 ㄴ변수를 생각하면서 중심을 잡다 보면 서로 충돌하는 일들이 많아지게 되고, 시시각각 가중치를 두는 변수가 달라지기에 일관성 없는 판단과 행동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사실 한 개인이 상황을 판단하고 생각해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많은 변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어쩌면 너무 많은 지식이, 너무 많은 생각이 사람을 괴롭게 하고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것은 아닐까?


조금 더 단순하게 세상을 바라보기로 했다. 모든 상황에는 우선순위가 있고, 가중치가 있다. 모든 변수를 고려하면서 판단과 행동을 결정할 수는 없다. 나 자신은 국가도 아니고 단체도 아니다. 내 삶에서 우선순위와 가중치가 반영된 가치관을 중심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면 비교적-완벽할 수는 없겠으나-일관성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무슨 상황에도-그게 비록 취업이라고 해도-흔들리지 않고 말이다.


회사의 채용 지원 서류에서 너무 멀리 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오늘도 변함없이 흔들리지 않는 한 명의 인간으로 살기를 바라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jcob_w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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