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안 좋으면 나중에 좋겠지
어느 날 유튜브를 보다가 모 방송에서 ‘알랑 드 보통’을 인터뷰하는 클립을 시청하게 되었다. 인터뷰어는 그에게 한국 사람들이 행복지수가 많이 낮다는 조사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만족을 모르는 한국인의 태도가 한국을 더욱 발전하게 만든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그런데 미국인들은 반대로 실제 행복한 것보다 더 많은 행복을 느낀다”라는 영국인(+스위스인) 특유의 미국 디스를 함께 시전 하면서 말이다.
보통 님의 인터뷰를 보고 ‘꿈보다 해몽’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결핍’ 때문에 더 나아지고자 하는 ‘의욕’이 생기는 것은 맞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이 최종적으로 얻으려 하는 게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계속 달리기만 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또 목표가 원대했던 사람들도 몇 년이 지나고 나면 그 목표는 온데간데없고, 달리는 행위 자체에만 정신이 팔리고 만다.
목표가 분명하고 그 과정에 집중하는 사람들은, 종종 목표 이외의 소소한 행복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함정에 빠지곤 한다. 목표를 이루게 되었을 때 큰 기쁨과 행복을 누릴 순 있지만, 목표를 이루기까지의 여정은 길고-때로는 인생만큼 길기도 하다-목표를 이룬 행복을 누릴 시간은 너무나도 짧다. 거기서 끝나면 좋은데, 욕심은 끝이 없어서 또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이에 매진하기 시작한다. 또다시 고통의 시작이다.
이는 마치 여행지로 가는 과정이나, 귀성길에서 차 안에 있는 시간과 같다. 목적지까지 가는 길, 도로는 막히고 가다 서다 하는 탓에 멀미를 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날카로워지고, 동행하는 가족, 자녀와 큰 다툼이 일어나곤 한다-사실 거의 매 번이다. 가는 길은 목표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서 빨리 도착하려고만 하니, 그 시간은 괴롭고 날카롭고 아무 재미도 없다.
난 굉장히 목적 지향적인 사람이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종종 과정 중에 많은 것을 희생시킨다. (희생시킨다고 표현한 것은 나뿐만 아니라 주변까지 그렇게 만들기 때문이다.) 과정은 즐겁지 않다. 왜냐면 목표는 아직 이루지 못한 상태기 때문이다. 늘 괴롭기만 하다. 과정의 20%를 지나던 80%를 지나던, 결국 목표를 이루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과정이 즐거울 마음의 여유가 전혀 없다. 그러다 보니 쉽게 지치고 번 아웃되는 경우가 많다. 그 여정은 긴데, 즐거움은 적기 때문이다.
또, 여정이 길다 보니 처음의 목적과 목표를 잃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목표도 너무 좋은 의미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과정도 완벽해 보였다. 하지만 과정은 길고 그 자체로도 많은 노력을 수반하기에, 과정을 잘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하게 된다. 하지만 과정과 디테일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최초의 목표는 잊고 그 과정에만 매몰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러다 보면 과정에만 허덕이다가 ‘내가 뭘 위해 이러고 있나’ 하는 허무함이 밀려오고 만다. 분명 선명한 목표를 가지고 완벽한 수행 계획을 세워 실행하고 있음에도, 목표 의식이 희미해지는 것이다.
지금 가지지 못한 것을 성취하기 위해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사는 것은 너무 좋지만, 지금 이 순간도 놓칠 수는 없다. 지금이 내 남은 인생에서 가장 청춘인데, 가장 젊었을 때의 행복을 날려 보내고 싶지는 않다. 개인 자산 관리에서 지금 지출할 돈과 저축할 돈의 비율을 정하듯, 현재의 행복과 미래의 행복 비율을 정하고 싶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어렸을 때부터 ‘현재의 즐거움을 추구하지 말 것’을 지나치게 강요당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때는 ‘대학 가서’, 대학 때는 ‘취업하고’, 결혼하고 애 낳으면 ‘집 사고 나면’… 장난하나? 물론 모두 상황이 다르겠지만, 각자 지금의 행복과 미래의 행복 비율을 정해 봤으면 좋겠다. 난… 어쨌든 지금보단 현재의 행복을 조금 더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jcob_w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