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형 인간의 이론과 실제

아침의 스산한 공기가 정말 좋은가?

by jcobwhy

내가 어렸을 적엔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굉장한 미덕이었다. 사회는 방송과 지면, 그리고 교육을 통해서 일찍 일어나는 삶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그다음 하루 일과까지 아주 빼곡한 시간표로 채워, 이를 ‘성실하고 부지런한’, ‘건강한’ 삶으로 포장했다. 그러다 보니, 자기 계발의 첫 단계로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다 보면, 누구나 항상 두 번째 정도로 ‘일찍 일어나자’라는 다짐을 손에 꼽곤 한다. (물로 첫 번째는 늘 ‘다이어트’와 관련되어 있다)

이미 충분히 일찍 일어나는 보통의 직장인들에게는 더 일찍 일어나는 것이 매우 고역일 수 있다. 그래도 출근 시간보다 두세 시간 정도 일찍 일어나면,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거나, 웨비나를 시청하는 등 생산적인 콘텐츠를 소비할 수도 있고, 글을 쓰거나(지금 나처럼) 어학 공부를 하는 등 취미나 자기 계발에 시간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또 TV를 보면 사회적 저명인사들이 자신의 일과를 이야기할 때, 새벽같이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듣다 보면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삶에 대한 동경이 더 커지게 된다.

나 역시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아침 일찍 일어나 OO 하기’와 같은 다짐을 하고 실천에 옮기려 한다. 확실히 그렇게 확보한 시간은 무척 값지고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늘 오래 지속하기가 어려웠다. 아침 일찍 일어나려면 저녁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일찍 일어나기’를 도전했다가 1~2주일 만에 포기하곤 했다.

얼마 전 다시 ‘아침 일찍 일어나기’를 도전하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일 년 반 동안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했는데, 그 뒤로 삶의 텐션이 다소 늘어지는 것을 느꼈다. 살짝 긴장감을 느끼게 해주는 무언가를 도전하지 않으면 이대로 노년까지 흘러갈 것만 같았다. 그래! 무언가에 도전하자! 하고 싶은 일을 나열해 봤더니, 생각보다 많았다.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을 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아침 일찍 일어나기로 했다!

평일에는 네시 반에 일어나기로 했다. 열 시 전에만 자면 충분히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려 할 때면, 몇 시에 일어날 것인지가 늘 고민이다. 너무 일찍 일어나려 하면 매일 아침잠과의 사투를 벌여야 하고, (늘 진다) 너무 늦게 일어나면 확보한 시간이 짧아 정작 할 수 있는 일이 얼마 없다. 아침 시간을 두 시간 정도 확보하고 싶었고, 여섯 시 반 정도에는 출근 준비를 해야 했으므로 네시 반이 적당할 것 같았다. 계획으로는 아홉 시에 잠자리에 드는 것으로 하되, 실제로 열 시 전에만 자면 여섯 시간 반 정도는 자는 것이니 너무 피곤할 것 같지는 않았다.

주말에는 여섯 시 반에 일어나기로 했다. 주중에만 일찍 일어나고 주말에 늦게 일어나면 월요일마다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았다. 그래도 불금이면 엘레브와 맥주 한잔 곁들여 넷플릭스 보며 수다도 떨어야 할 것이고, 토요일에는 맛있는 야식과 함께 집콕 데이트라도 즐겨야 할 것이니, 조금 늦게 잠들어도 되도록 여섯 시 반으로 정했다. 열한 시 정도에 자면 잠자는 시간도 부족하지 않다.(아, 물론 이 모든 게 가능한 이유는 미나리가 아홉 시에 홀로 방에 자러 들어가 주는 환상적인 생활 습관의 정착 덕분이다. 아이가 너무 늦게 자면 이 모든 것이 가능하지 않다)

새벽 시간을 활용해서 다양한 일에 도전해 보려고 한다. 이 글 같은 에세이도 좋고, 소설도 도전해 보려고 한다. 미나리에게 선물할 동화도 한 편 쓰고 싶다. 일주일에 확보한 시간이 10시간 남짓 되는데, (매일 30분은 요가를 하는 시간이다) 꾸준히 하면 올해 안에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소소한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이것저것 올려 보고도 싶다. 천직이 방송쟁이라 적당히 올리는 것이 쉬울지는 모르겠지만, (편집만 하다 보면 욕심이 생긴다. 잘하지도 못하면서) 그래도 잘하는 것들을 뽐내 보고도 싶다.

사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을 시작한 지 이제 2주일을 넘어 3주 차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소설과 동화의 기획안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유튜브를 한다고 이것저것 찍어보기도 했다.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하겠다는 생각에 엘레브의 브런치 ‘기생’ 생활을 끝내고 새로운 브런치 계정도 만들었다. 아직 무슨 결과물이 나올 단계는 아니지만, 생활에서의 만족감은 매우 높다. 회사 일에만 갇히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일에 관심을 돌릴 시간을 확보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회사에 출근해서도 아침 일찍부터 쌩쌩하니 업무 효율성도 높아지는 ‘것 같다’. 집에 돌아올 시간이 되면 꽤 피곤하지만, 덕분에 일찍 잠자리에 들기도 쉽다.

다만 한 가지 고민이 되는 게 하나 있는데, 그건 이 모든 것이 코로나 19 팬데믹과 프로젝트를 막 끝낸 개인적 상황이 맞물린 시기라 난이도가 다소 쉬워 보이는 것이다. 아무래도 요새는 회사에서의 야근/회식도 없고, 주말의 외출도 없으니 밤늦게까지 피곤할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 물론 그전에 아무리 바빠도 야근은 안 했고, (대신 집에서 일..) 회식은 한 두 달에 한번 정도이고, 외출은 평소에도 손에 꼽을 정도로 집돌이 가족이긴 하지만, 그 한두 번이 은근 습관을 엉망으로 만들곤 했다. 다시 일이 바빠지거나 팬데믹이 끝나더라도(thank God!) 부디 생활 습관이 흩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아침형 인간, 나에게 정말 잘 맞는 생활 습관일지 사실 잘 모르겠다. 때로는 스스로를 이렇게까지 푸시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난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 특별히 잘나진 않았지만, 그래도 늘 발전하고 싶다. 계속 도전하고 시도하다 보면 그전의 나 보다는 조금 더 나아져 있겠지.

-jac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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