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눈빛으로
* 랄프와 나이가 비슷한 시계
작은 누나는 해외에서 중학교 1학년 때 큰누나와 같이 '테니스 레슨'을 받았다. 고등학교 때 학교의 의무 체육으로 테니스를 배운 적이 있는 엄마는 테니스 운동을 통해서 누나들을 활동적인 성격으로 키우고 싶어 했다.
개인 주택의 귤나무가 있는 테니스 장에서 레슨을 받는데, 늘 서늘한 눈빛의 페르시안 고양이가 안락의자에 앉아서 보고 있었단다.
작은 누나가 지쳐서 그늘 마루에 앉으면, 이 고양이가 조용히 다가와 누나의 등에 몸을 기대고 앉곤 해서, 이후 작은 누나는 테니스 장에 가면 고양이와도 시간을 보내고 왔다는...
아마도 동물을 워낙 좋아하는 작은 누나는 그랬을 것이다. 그렇게 고양이와 등을 기대고 앉아서 고양이가 떠날 때까지 등을 대주며 기다려주었을 게다. 아마도 작은 누나는 전생에 동물이었나 보다. 아님 현생의 동물들이 전생에 사람이었을까?
작은 누나는 대학교 입학하던 해의 여름에 부모에게서 받은 입학 선물 예산 범위에서 어려서부터 소원이던 큰 개를 데려오고 싶어 했다. 웬만하면 작은누나의 의견에 공감하곤 했던 누나네 부모는 큰 개의 입양은 동의하지 않았다. 단독주택 시절에야 가능했겠지만 아파트 생활중인데 큰 개는 우선 운동량부터 부담이므로.
작은 누나는 생후 12주의 랄프를 '챔피언 혈통서'와 함께, '귀한 종'이라며 지방에서 힘들게 데려오며 Breeder가 이 개는 성견이 되어도 현재의 크기에서 그다지 변화가 없을 거라고 했다며 요크셔테리어보다 조금 클 뿐으로 소형견에 속한다고 했다.
랄프는 문자 그대로 매일 자랐다. 지켜보는 엄마의 가슴이 두근거릴 만큼...
그리고 랄프는 개의 분류 기준 상 작은 누나의 설명대로 소형견에 속하지만, 체중이 10K에 육박하고 대소변 양이 요크셔테리어보다는 많고, 야성이 요크셔테리어보다는 조금 더 강한 세틀랜드 양치기 견종이다.
랄프의 원조 반려인인 작은누나는 랄프의 방광암 발병에 대한 아빠의 설명을 듣고 나서 숨을 잠시 멈추고... 전화 너머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그러고 나서, 주말이면 작은 누나는 랄프가 좋아하는 군것질을 선물로 들고 왔다. 랄프는 가라앉는 몸 대신 눈빛으로만 천정에 닿게 기뻐하며 누나를 맞았다. 랄프의 제1 보스는 랄프를 위해 파란 바탕색에 하얀 별들이 여기저기 박힌 천으로 매너 패드(소변 기저귀)를 직접 만들어 왔다.
충성심이 유별난 랄프는 작은누나가 제1 반려인이므로, 작은 누나가 오면 다른 사람들을 투명인간 취급한다. 작은 누나는 랄프 옆에 앉아 랄프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거나, 장난감을 들고 놀아주다가 몇 번이나 꼭 안아주고, 랄프랑 눈을 맞춘 뒤 슬픈 눈빛을 담아 돌아가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