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좋은(?) 그녀

방사선 치료

by 윤혜경

*산나리(Hill Lily 11.18 탄생화, 꽃말: 순결. 장엄)(출처: 꽃나무 애기 Band)



누나네 엄마는 지금은 하늘에 있는 친구가 떠올랐다. 그 친구는 연말이 가기 전에 국민건강보험에서 주관하는 건강검진을 받고 왔다. 해를 넘기기 전에 다행히 건강검진을 받았다고 안도했다.

짝수 해에 태어난 그녀는 2년에 1번 짝수 해마다, 그리고 짝수 해 365일 중 아무 날이나 평일에 가면 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루다가 놓치기 일쑤인 건강검진을 아주 큰맘 먹고 받았노라고 했다.

건강검진받고 다음날 기념으로 누나 엄마네랑 저녁식사를 하면서, 지금 성인이 된 아이들의 어렸을 때 이야기들을 꺼내서 행복했던 기억들을 서로 맞춰보았다.


피차 북반구와 남반구의 타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느라 낯 설고 물 선 곳에서 눈치 보며 적응하느라 긴장했던 시절들...

그리고 한 달쯤 후 전화를 건 그녀는 "추가 검진을 받았는데... '대장암 3기'라는... 믿기지 않고, 아무 증세도 없어서 아직 아픈 데도 없다."라고 했다.


웃음소리가 청아했던 친구는 1차 수술 후 날마다 쇄락해져 갔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그 친구는 어느 날부터인가 혼자 외출을 못하게 되고...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병원과 집만 오갔다.


온 가족의 소망과 달리, 날로 가냘퍼지는 그녀를 지키던 그녀의 가족은 민간요법에도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급속히 진행되는 병증에 가톨릭 재단이 운영하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머물렀다.

이따금 통증의 강도에 못 견디고 의식을 놓는 일이 시작되었다. 점점 강해지는 모르핀 주사로 진통의 고통을 막아보다가, 새 털처럼 가벼워진 몸으로...


운 좋은(?) 그녀는 투병기간 동안 자신의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준 아들과 딸, 그리고 남편에게 차례로 눈을 맞춘 뒤 의식을 놓고 하늘로 갔다. 암 진단을 받기 직전에, 남편과 꽃구경을 가서 찍은 '꽃밭에서 스카프를 날리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영정사진으로 선택한 친구.

그녀를 보내던 날, 그 친구의 남편은


"차라리 수술 후 후속 치료를 받지 말고, 못 들은 척 여행이나 다닐걸... 병명을 알게 된 순간부터 죽는 날까지 치료받는다고 고생만 시켰다."


고 회한을 털어놓았다.

누군들 그이 말처럼 병명을 듣는 순간부터 희망을 거두고, 언제든 떠나는 게 인생이니, 미련 없이

'모른 척, 안 들은 척'

여행만 다니는 게... 가능은 할까?


랄프는 암 제거 수술 후 사람 치료과정과 유사하게 방사선 치료가 뒤잇는다 하니, 방사선 치료를 마치면 그다음 어떤 상태가 될까? 결석도 놓아두고 암도 놓아두면.... 더 고통스러울까?


사람도 힘든 방사선 치료 후유증을 랄프가 견디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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