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의 의미

방광암

by 윤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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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아빠는 지하철 역으로 엄마를 픽업하러 나왔다. 누나 엄마는 하룻밤 자고 돌아오는 길이 마치 바다 건너 다녀온 듯 멀리 나가버린 마음을 추스르며 아빠 차에 올랐다.


여행가방을 차 트렁크에 넣고 운전석 옆 좌석에 아직 여행 끝자락에 머무는 중인 엄마가 몸을 올려 앉자마자 숨 돌릴 새도 없이 아빠는 엄마에게


"잘 다녀왔어?" 했다.


"덕분에요~"

"랄프가 방광암 이래."

"........"


'아, 랄프가... 그랬었지.'

'아, 그랬지. 랄프는 방광 결석을 수술하고, 아직 목 칼라를 하고 있고, 침을 질질 흘리며 마치 중환자 같은 모습으로 늘어져 있었던 환견이고...'


두고 갔던 집안일들이 갑자기 엄마의 머릿속으로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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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Daum)


친구들의 웃음소리와 밤하늘의 별들이 누나네 엄마 귓바퀴에 담겨왔다가 랄프의 '방광암' 소식에 바닥으로 '떼구루루' 굴러 떨어졌다.


누나네 아빠는 잔뜩 아픈 마음으로 눈치를 보며 서둘러 랄프 소식을 전했는데 기대와 달리 침묵을 유지하는 누나 엄마의 반응에 좀 무안하다.


“랄프가 안쓰러워서...”

혼자만 슬픈 누나네 아빠는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져' 돌아온 누나 엄마에게 말을 건넸다.


“갈 때는 무거운 맘이었는데... 나도 랄프가 안쓰러워... 하루 사이에 깜박했네.”

누나 엄마는 마지못해 말대꾸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암... 소식은... 즉시 전한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 있어서..."

무거운 얘기를 만나자마자 보너스처럼 서둘러 전하는 누나네 아빠에게 누나네 엄마는 눈을 흘겼다.


아빠는 누나 엄마에게

“수술 후에 방사선 치료가 좀 필요할 수도 있고... 암수술은 큰 병원에서 하는 게 좋겠다고 하네. 암 덩이가 커서 이미 다른 장기에 전이되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다행히 개의 경우에는 암이 전이된 폐는 한 두 개 떼어내도 견딜 수 있대.”


했다.


"또 한 번의 희망을 품고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해야 하나 봐... 암이 전이된 폐를 떼어내도 개는 남은 폐로 생존이 가능하다고 하니... "


'생존... 랄프가 방광을 떼어내고 정상생활이 함께 가능할까?' 누나 엄마는 또 한 번의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한 뒤의 상황이 짐작도 안된다.


'만약에 핑크빛 물방울의 수가 하루 대여섯 개에서 스무 개가 넘을 때까지 기다렸다면... 안을 때마다 랄프는 방광결석으로 배는 아프겠지만... 차라리 수술을 안 했더라면... 지금 저런 모습의 중환자는 아닐 수 있었을까?'


방광결석 수술에 이어 당연히 암수술을 해야 하는 것으로 여긴 누나네 아빠는 방광결석과는 비교도 안되게 높은, 대학 부설 동물 전문병원의 수술비 부담을 의논하고자 엄마에게 설명 중이다.


모처럼 친구들과의 여행을 다녀와서 숨도 돌리기 전에 무거운 소식부터 전해 들은 누나 엄마는


“수술 후 완치는 되는 거래요?”


한다.


“방사선 치료요법 같은 후속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나 봐. 사람의 암 치료 과정과 비슷하다 하네...”



“방광결석 수술로도 소변조절이 안되어 마루가 온통 소변 투성이인데... 거기에다가 암수술을 하면, 어떻게 되는데요?”



“감당이 안 되니 일정기간 배뇨관에 관을 꽂아서 부분 조절을 할 거래.” 아빠는 엄마 눈치를 보며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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