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향긋하던 랄프는

슬리퍼가 필요해요

by 윤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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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프가 가장 좋아하는 작은 누나의 결혼식에서 신랑신부의 반지를 목에 걸고 입장하는 중 (2012. 09. 16)


한편으로는 랄프가 대소변을 신통하게 일찍 가려서 자랑스러워했던 가족들의 가벼운 마음도 랄프에게 미안했다. 슬픈 눈동자의 랄프에게 큰누나네 가족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깔끔한 성품의 랄프는 산책 후 반드시 발을 비눗물로 씻고 깨끗하게 헹궈 마른 타월로 말려주어야 거실로 나간다.


가끔 물티슈로 대강 닦아주고 돌아서면 혼자 다시 욕실에 들어가서 누군가가 물로 발을 씻겨주기를 기다린다. 아무도 오지 않으면 부엌에 있는 엄마나 큰 누나에게 달려가서 '컹컹'짖고는, 다시 욕실로 간다. 그리고 엄마나 누나가 오기를 얌전하게 기다린다. 그랬었다, 결석제거 수술을 받기 전까지는 ...


이젠 환견이니까 꽃처럼 향긋한 랄프의 청결함은 좀 내려놓아도 좋으련만... 결석을 제거한 것만으로도 후유증이 상당하다. 무엇보다도 소변을 가리지 못한다. 그리고 전혀 힘을 쓰지 못한다, 여전히 마취에서 덜 풀린 듯 흔들거리며 거실을 걷곤 하는 랄프.


시간이 지나면 나아진다고 하니, 희망을 기다려보는 걸로.


img.png * 슬리퍼가 필요해진 거실



퇴원 후 랄프는 영특했던 배변습관을 잊고 소변을 거의 매시간 마룻바닥에 질질 흘리고 다녔다. 10kg가 넘는 개가 흘려놓은 소변의 양은 마치 작은 세숫대야 물을 쏟아놓은 듯 많아서 누나네는 당황스러웠다.


환견이므로 랄프 소변 전용 타월을 많이 준비해서 가족 구성원 누구나 소변을 발견하는 대로 처리했다. 먼저 물을 적신 타월로 소변을 닦는다. 물에 헹군 뒤 다시 락스에 빨아서 바닥을 닦고, 락스 냄새가 강하니 위에 유리세정제를 뿌린다. 마지막으로 물로 적신 타월로 다시 닦았다. 과천 동물원의 늑대 우리 앞에서 경험한 적이 있는 비슷한 악취 제거에 힘을 모았다.


가족들, 특히 누나네 엄마의 하루가 바빠졌다. 그 와중에 가족들이 랄프의 소변을 밟은 일이 잦아 방마다 랄프 오줌 냄새가 번졌다.


원목 마루 위를 맨발로 걷는 촉감을 좋아하는 누나 아빠도 슬리퍼를 착용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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