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랄프의 석화된 방광

by 윤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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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투숙이 허용된 천문대 주변의 펜션에서



꽃처럼 향긋하던 랄프는 소변을 흘리는 반려견이 되고... 반려동물은 의료보험을 들지 않아 결석 수술도 충분히 놀라운 액수였다. 난데없이 큰 폭의 지출이 예비비 정도로는 감당할 수 없게 발생하는 중이다. 2013년 기준 방광결석 수술비는 분야별로 전문의들이 있는 종합병원의 경우, 수술비 외에 입원비와 후속 치료비가 청구된다. 가격도 병원마다 천차만별이라서, 반려인 입장에선 선뜻 결정을 내리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병원은 상황별 전문의들이 없고, 일반 수의사가 카운터 직원과 반려동물 상담과 치료를 맡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조금 복잡한 수술은 아예 하지 않는 곳도 있다. 대신 가격은 상대적으로 개인병원이 저렴했다. 큰 맘먹고 랄프의 통증을 없애는 수술을 한 건데...


랄프의 암 조직 검사비만도 수술비의 절반에 육박한다. 몇 가지 추가 검사가 남아 있다니 그 비용도 추가된다. 전문병원에서 충분한 검사과정을 거쳐서 치료에 들어갔어야 하는 걸... 전자제품을 살 때는 결정장애를 겪는 누나 엄마는 엉뚱하게도 이번 랄프의 결석 제거 수술을 너무 간단히 결정을 해서...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누나네 아빠랑 엄마는 몇 군데에서 정보를 구했지만 암일 경우를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수술을 한 상태라서 뾰족 수가 없다. 랄프의 고통만 늘어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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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로즈(출처: 꽃나무 애기 Band, 꽃말: 추억)


랄프 방광의 석화 진행 소식... 더구나 ‘암일 수도 있다’는 의사의 소견은 일순 누나네 가족들의 입을 막아버렸다. 모두 암담했다. 8살 랄프의 암...


'랄프야, 미안해 미안해, 아주 많이 미안해... '


랄프가 믿고 의지하는 가족들이 해줄 수 있는 일이... 초라하다. 이사 후, 4년 여동안 바뀐 주변 환경 적응과정에서 랄프와의 산책을 부담스러워했던 것에 대해서 누나 가족들은 너무도 미안해졌다. 가족 구성원이 모두 밖에서 일이 있으면서 반려견을 키우는 것이 반려견에게는 고통일 수도 있음을 몰랐던 시간들이었다.


랄프는 달리기와 산책을 정말 좋아하는데, 그 좋아하는 산책을 매일 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두운 밤에도 불빛이 환한 강변이지만, 누나네 엄마와 누나들은 밤길에 마주치는 낯선 사람들이 불편했다. 특히 여자들은 밤길에 늘 긴장하니까... 그래서, 강변으로 이사한 후에는 대부분 시간 여유가 더 많은 아빠가 맡아서 다녀왔지만, 어쨌건 랄프와의 산책은 매일 가족 구성원의 과제가 되었다.


사실 반려견들은 무턱대고 만져보자고 돌진해오는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두렵다. 영국, 독일이나 미국처럼 반려견이 사회에서 안전하게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반려견 행동교육과 반려인 교육, 그리고 개물림 방지를 위한 학교에서의 반려동물에 대한 안전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서로의 안전과 이해를 위해서...


실내에서 소변을 안 하려는 영특한 랄프의 '소변 잘 가리기'는 산책길에서 소변을 집중적으로 해결하므로 적어도 하루 최소 4~5회의 외출이 필요하건만 그 방식은 아예 불가능한 주문이고, 매일 아침과 저녁 산책으로 유지되었다. 수의사에 의하면 물론 베란다 한켠에 준비된 배변 패드에서 나머지 소변은 해결하지만, 습관적으로 실내 소변을 참는 랄프의 영특함이 결국 방광암을 키운 습관이 된 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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