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감정

의료소송

by 윤혜경


*산나리 (11월 10일 탄생화, 꽃말: 순결, 장엄)(출처 : 꽃나무애기 Band)



큰누나네는 처음 막막한 의료소송의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 전화나 방문을 통해 소비자보호원부터 의료분쟁조정위원회 및 지원 시민단체 등의 상담을 전화나 방문을 통해 받았다. 그 성의 없음이라니... 도대체 그들은 무슨 업무를 하느라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걸까? 가끔 뉴스에서 접한 시민단체들의 도움들은 일반인에게는 로또인가 보다.


그중 한 기관에서는 의료분쟁조정을 준비하는 측에게 보내온 서류들은 변호사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숫자들을 환자가족이 써넣도록 되어 있어서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했다. 지인 법조인을 통해 소개받은 대형 로펌들은 한결같이 이미 그 대형병원의 협력 로펌이어서 상담 시작에서 병원 이름을 듣자마자 전화받은 안내부서에서 정중하게 상담 자체를 거절하였다.


의료분쟁해결에 도움을 주는 활동을 한다는 한 시민단체는 자신들이 소개하는 의사에게서 신체감정을 받을것을 권했다. 그 시민단체는 자신들이 소개한 의사에게서 신체감정을 받으면 법원에서도 인정이 된다고 했으나 나중에 확인된 바로는 그 또한 사실과 달랐다.


법원은 종합병원을 지정해 그 지정병원에서 신체감정을 해올 것을 누나네에게 통지했다. 소송을 위한 신체감정은 설령 중환자일지라도 환자의 필요에 의한 신청이므로 의료보험이 되지 않는다. 의료보험이 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외국인에 대한 진찰보다도 훨씬 고가의 병원비를 지불했다.


2분 외래진찰로 끝나지 않고 환자측에서 보내온 그동안의 병원진료기록과 검사결과들이 적힌 100페이지가 넘는 기록지 중 해당 과에 대한 기록을 발췌해서 제대로 검토한다면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아마도 'long long consultation'이 될테이니까... 우선 2개 과의 진찰료와 법원에 내는 신체감정비용으로 3백여 만원이 훌쩍 넘게 지불했다. 진찰료부터 터무니없이 고가였다. 의료보험이 되지 않는 2~3분 consulting에 왜 몇십만원을 지불해야하는지 의아했다.


그러고도 한 과에서는 외래진찰 후 몇 주가 지나서 거절의견을 보내왔다. 물론 병원에 이미 지불한 신체감정을 위한 수십만원의 고가의 진찰료는 무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반환되지 않았다. 이후에도 종합병원들은 번번히 신체감정을 거절하였다. 그리고 젊은 큰누나의 신장과 방광, 심장, 뇌 등의 검사수치들은 환자 본인의 노력과 가족의 수고, 진료의사들의 치료 덕분에 최악의 사태를 벗어나서 조금씩 호전되고 있었다.


병원의 지인 의사도, 유명인사들을 줄줄이 나열하곤 하던 지인들도, 가족 친지 모두 그 병원을 대상으로 한 의료소송은 승소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큰누나네만 너무 고생이 극심하게 될 거라고 했다. 경제적으로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큰누나의 병은 적어도 그 병원에서 만든 것으로 이해되고, 지금 그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물론 모든 비용은 큰누나네 부담으로. 그래서 엄마는 큰누나에게 실수한 의료진에 대한 원망과 큰누나의 현재 건강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의료진에 대한 고마움이 한 바구니에 같이 들어있다.


엄마는 열심히 기록하고, 서류를 정리하고, 진료기록과 검사 결과지를 복사해오고, A4 용지에 간결하게 요약했다. 누구라도 '의사들이 바라마지 않는다는 암'을 수술받은 후, 큰누나가 받은 치료 과정과 투약 내용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했다. 엄마의 '누나 병상일지' 정리는 엄마 자신을 위한 심리치료이다.



이미 나빠진 장기들이 좋아지기는 어렵지만 현재 수준에서 더 나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할 일이라고 입을 모으는 의료진의 설명을 누나네 가족이 이해하는 데에도 시간이 꽤 걸렸다.


이미 아픔과 고통은 큰누나가 오롯이 혼자 감당하지만, 엄마가 세상에 없는 시간에는 고단함을 공감할 사람도 없을 환자인 누나가 엄마의 마음에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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