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누나는 4년째 아프고, 검사하고, 입원하고, 외래 예약하고, 약 처방받고를 반복하며 우울이 수반되는 중이다. 누나 엄마는 누나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며 다친 현장을 여러 차례 목격하여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PTSD)과 '가면 우울' (Smile Mask Syndrome/ Masked Depression)'을 감내하는 중이다.
요즘 큰누나는 엄마에게
"매일 15개나 되는 약을 먹어도 소용없으니 이제 약을 끊겠다."
는 푸념을 두 번이나 했다, 큰누나답지 않게.
"약 먹기도 지겹다."라고도 했다.
"나는 운이 없나 보지 뭐, 매번."
도 툭 던졌다. 누나 엄마는 난생처음으로 누나의 이런 표현을 들었다. 큰누나는 가끔 선배들과 연락을 주고 받지만 친구도, 다니던 서초동의 교회도 연락을 끊었다. 오직 엄마랑만 대화를 단답형으로 한다.
엄마 후배가 보내오는 노래도, 아침마다의 꽃 인사도, 친구가 보내준 스타벅스의 커피 쿠폰 선물도, 아빠가 만드는 티타임도, 베란다 창가의 사랑초도 만천홍도 요즘 두 사람의 감정 기복 조절에 효과를 상실한 지 좀 되었다.
누나 엄마는 자주 주어와 접속사가 빠지는 비문 투성이의 글을 마음 샤워하듯 일기에도 수첩에도 주소록 빈칸에도 핸드폰 메모에도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엄마가 앉은 곳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수첩들의 빈자리가 엄마의 연습공간이다. 그렇게 올린 글을 정리해서 제출한 지역단체 글쓰기 대회에서 상금과 함께 주는 최우수상에 당첨되었다.
시상식 날 단상에서 몇 사람의 당첨자들이 차례로 자신의 글을 낭독하기로 했다. 모두 봄날의 제비들처럼 경쾌했다.
시상식 날 누나 엄마는 자신의 글을 두 문장도 못 읽고 큰 누나의 쓰러진 모습이 펼쳐지는 환영에 단상에 선 채 울음이 터졌다. 그렇게 엄마의 깊어진 우울은 울음을 터뜨리며, 덕분에 잠시 부분치유가 되었다. 그리고 레몬버베나의 꽃말처럼 '인내'를 품고 가는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