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국 사가미만을 진앙지로 한 리히터 규모 7.9의 지진이 일어났다.
일명 '관동대지진'이라 불리는 재난이다.
자신의 것을 한 순간에 잃어버린 사람들의 절망은,
불안을 먹고 한계 없이 불어나는 두려움과 뒤엉켜,
폭주했다.
이 모든 재앙의 원인과 원망은
조선인을 비롯한 중국인 심지어 일본인 중에서도 장애인, 사회소외 계층과 같은 약자들을 향해
들불처럼 번졌다.
무자비한 학살과 야만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자연 재난은 물리적인 것뿐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법과 규율도 무너뜨린다. 재난이 가져온 가장 무서운 재앙은 눈에 보이는 폐허가 아니라 이것을 더 겪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가져온 불안이다. 불안에 몸서리치는 사람들은 섣부르게 네 편과 내 편을 갈랐고 뭉쳐진 내 편은 다시 내 편이 아닌 모든 것들에게 자비 없이 극악해졌다.
그럼에도 분별을 상실한 집단적 광기 속에도 분별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다.
이것이 옳은가?
저들은 문제를 일으킨 원인이 맞는가?
이 과정에서 때로는 희생당하고 그 소리들이 묻히기도 하지만
질서를 찾고 사람들을 제자로 돌려놓는 것은
결국 이들의 목소리이다.
이 소설은 과거의 역사 속으로 파견된 현재의 청년들과 그 재난을 겪어냈던 당시 조선인들과 일본의 무분별한 광기 그리고 이들을 도왔던 분별 있는 소수의 이야기가 펼쳐져 있다.
소설은 단순히 한국인을 학살한 무분별하고 적대적인 일본인의 잘못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우리는 여기서 인간 그 자체를 본다.
국적을 떠나 역사 현장에서 인간적이고자 했던 자들과 그 반대 모습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재난 영화나 소설에 등장하는 위기 속의 인간은 재난 그 자체보다 더 두렵다. 지금도 인간사회의 질서는 언제든, 어느 것으로든 무너질 수 있다. 우리의 인간성을 지키고 위기 속에서도 사람답게 타인은 대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과오의 역사를 감추기 위해 제2, 제3의 거짓을 일삼고 지속적으로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내는 잘못은 어떻게 끊어내야 할까?
인간성은 결국 양심 [(良心)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 _국어사전 ]으로 지켜내는 것이며, 잘못된 태도는 진정한 반성과 사과로 바로 잡을 수 있다.
때문에 이런 역사는 가해자가 진정으로 반성할 때까지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하며,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진심으로 야만의 시대가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간성이 지켜지는 법과 질서와 양심의 시대가 이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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