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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서평] 경험의 멸종

기술이 경험을 대체하는 시대, 인간은 계속 인간일 수 있을까

by 이숲
경험의멸종.jpg



어렸을 때 나는 내가 극강의 E(외향성)인 줄 알았다.
매일 밖에 나가서 친구들이랑 뛰어놀다가
해가 져야 겨우 집에 들어왔다.

술래잡기.jpg 출처 : 영남일보


높은 데서 뛰어내리다가 발목이 접질려지기도 하고, 팔 관절도 여러 번 빠졌다.

깨진 병을 던지다가 손이 깊게 베이기도 하고,

개울에서 놀다가 물에 빠져 죽을 뻔하거나,

산에서 굴러 떨어지는 정도는 예삿일이었다.

아직도 내 몸 구석구석에는 그 열정의 상흔이 뚜렷이 남아 있다.
매일 다치고, 깨져도 밖에서 미친 듯이 놀았다
5시 반이 돼야 TV가 나오던 시절이라
하교 후 어울림 없는 놀이는 생각조차 못했고
매일매일 친구들이랑 뭐 하고 놀까 고민하는 것이 인생 최대의 숙제였다.
나는 최강 E였다. (**사실 알고 보니 나는 I(내향성)였다)

스마트폰.jpg 출처 : 유스라인


요즘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끼고 산다.
대부분이 I(내향성)처럼 보인다.
친구도 카톡이나 온라인게임에서 만나고,
운동과 독서, 여행, 쇼핑도 유튜브와 SNS로 한다.

인강은 너무 편리한 공부 도구이고, 지식의 최대 원천은 챗GPT이다.

여기에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처럼 경험을 최대로 증폭시켜 주는 멋진 기술까지 결합되면

금상첨화이다.

경험.png 출처 : 정부 24 행복한 교육


우리는 경험을 통해 세상을 배운다.
몸으로 익힌 것은 절대 잊을 수가 없다.
그것은 기술이 되기도 하고, 추억이 되기도 하며 안팎의 자산으로 쌓여 '나다움'을 만든다.
하지만 간접경험은 우리가 체득할 수 있는 많은 것을 앗아 갈 수도 있다. 이것이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이다. 그렇다고 러다이트운동처럼 이런 기술을 배척하고 거절하자는 주장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기술 진보의 시대에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다.

아이를 키울 때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것보다
많이 만지고 체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만고의 진리이다.

직접적인 오감의 체험보다 눈으로만 세상을 경험하고, 타인과 타협하며 공동의 가치를 이끌어 내는 것보다 수동적 받아들임으로 세상을 수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점점 더 기술이 진보하는 이 시대에
더 경험하고, 더 공유하고, 더 타협하는
'인간다움'이 절실함을 깨닫는다

#크리스틴로젠
#기술의진보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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