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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Jul 17. 2024

"공부도 때가 있다"는 말은 진실일까?

지적 겸손(intellectual humility)은 자신의 지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다양한 관점을 포용하고 수용하는 특성을 말한다. 지적으로 겸손한 사람은 호기심으로 사람과 사물을 대하기 때문에 학습과 성장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조직 연구에서는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변인 중 하나로 밝혀지기도 했다. 아무리 많이 배우고 똑똑하다 해도 지적 겸손성이 낮은 그룹은 집단 지성이 낮고, 조직 성과도 낮았다. 


흥미로운 점은 지적 겸손성에서 가장 불리한 그룹은 똑똑한 사람들이 아니라 지능 점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멍청한데 겸손하지 않은 사람들이 최악의 성과를 낳았다.


출처 : Owens, B. P., Johnson, M. D., & Mitchell, T. R. (2013). Expressed humility in organizations: Implications for performance, teams, and leadership. Organization Science, 24(5), 1517-1538.


겸손은 힘들지만, 개인의 발전과 조직의 성과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표현해야 할 기술이다.


그런데 많이 배울수록 교만할까, 아니면 더 겸손할까? 


최근 내가 즐겨 읽는 UC Berkeley의 심리학 매거진인 GGSC에서 시행한 관련 조사를 소개한다. 지적겸손성은 쉽게 말하면 자신의 믿음이 틀릴 수 있다고 인식하는 정도를 뜻한다. 자신의 지식은 부분적이며 심리적 편견이나 결함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믿는 믿음이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믿음이 사실인 것처럼 믿고 행동하는 것이 유리하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어떤 선택과 행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생각과 행동에 불확실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지적 겸손성의 특성이 아니다. 오히려 지식과 지혜가 너무 소중하기 때문에 보다 확실한 증거를 찾고자 하는 태도에 가깝다. 세상에 많은 질문에 정답이 없다고 어떤 의견에도 열린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적 겸손성이 아니다. 


GGSC의 조사에 따르면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지적 겸손성도 높았다. 아이작 뉴턴이 자신을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좀더 예쁘고 매끄러운 조약돌과 조가비를 줍고 노는 어린애와 같다고 자신의 지식을 비유한 것도 근거가 있는 말이다. 지식의 특성상 많이 배울수록 관련 정보가 더 늘어나기 때문에 모르는 영역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학력 수준이 높을수록 지적으로 더 겸손한 태도를 보이고, 학력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교만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출처: https://greatergood.berkeley.edu/article/item/who_is_the_most_intellectually_humble?utm_source=Greater+Good+Science+Center&utm_campaign=138dd2cf97-EMAIL_CAMPAIGN_GG_Newsletter_July_16_2024&utm_medium=email&utm_term=0_5ae73e326e-138dd2cf97-692947204



더 큰 도시에 살수록 겸손했고, 시골에 사는 사람들이 가장 교만했다. 접하는 정보나 사람의 질과 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대판 맹모삼천지교는 아이들이 시야, 관점, 경험을 넓힐 수 있도록 해외 각국의 사람과 문화를 경험하게 하는 것일 수 있다. 


수입이 많을수록, 지적 겸손성이 높았다. 수입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기 보다는 대개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수입이 높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로 해석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 조사의 마지막이 가장 시사점이 크다. 교육 수준과 나이의 상호작용효과를 밝혀낸 것인데, 조사에 따르면 나이가 어릴수록 교육수준이 높은 것이 중요했다.


고등학교를 제대로 마치지 못한 사람들은 나이가 적으나 많으나 교만했지만,  2-30대에서는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지적 겸손성도 높았다. 나이가 들어서 공부한다고 갑자기 겸손해질 가능성이 낮지만, 젊을 때 공부를 집중해서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겸손하고 호기심 가득한 인생을 살 가능성을 높인다. 공부도 때가 있다는 말이 일리가 있다고 느껴지는 조사다.


여담이지만, GGSC는 구독만 하면 이메일로 최신 연구를 보내준다. 여유가 있다면 후원금을 내도 좋겠지만, 안내도 괜찮다. 널리 알려지기만 한다면 후원금이 커질 가능성 역시 커지기 때문에 나도 공유하는 것으로 죄책감을 덜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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