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응? 잘 잤어? 응, 잘 잤어. 좋은 꿈 꿨어? 응, 좋은 꿈 꿨어. 무슨 꿈 꿨는데? 그냥, 기분 좋은 꿈. 그래, 잘 됐네. 응, 잘 됐어. 오늘도 그 꿈처럼 기분 좋은 하루 보내길 바라. 응, 그래야지.
오빠가 자다 일어난 부스스한 얼굴로 나에게 아침인사를 한다. 큰 눈망울의 눈이 부었다. 전날 기분 좋게 마신 맥주와 오징어 땅콩 안주의 흔적이다. 살짝 나온 뱃살이 귀엽다. 어머나, 이 동그란 뱃살 좀 봐, 귀여워 귀여워. 처음 우리 만났을 때 오빠는 말랐었다. 지친 표정이 역력했고 그런 마른 오빠가 안쓰러웠다. 그랬던 오빠가 이제는 살이 조금 올랐다. 귀엽다. 사랑스럽다. 안아주고 싶다. 헝클어진 머리칼마저 멋지다. 새로 마련해 준 부드러운 잠옷보다 입던 게 더 편하다며 줄무늬 낡은 잠옷 바지를 여전히 고집한다. 위의 티셔츠는 나와 커플이다. 나는 이 티셔츠를 오래전에 버렸는데, 오빠는 여전히 낡은 티셔츠를 입고 있다. 그래도 나의 오빠는 멋지다. 부스스하지만 사랑스러운 오빠의 모습이 나는 그렇게도 좋은 것이다.
오빠. 응? 맛있어? 응, 맛있어. 입맛에 맞아? 응, 입맛에 맞아. 뭐가 제일 맛있어? 그냥, 모두 다. 그래, 잘 됐네. 응, 잘 됐어. 오늘도 이 식사처럼 맛있는 하루 보내길 바라. 응, 그래야지.
나의 오빠는 젓가락질을 잘 못한다. 그래서 음식을 여기저기 잘 흘린다. 처음에는 젓가락질을 어쩜 저렇게도 못하나 싶어서 당황스러웠다. 아이같이 음식을 뚝뚝 흘리는 나의 오빠에게 애기 취급을 하며 귀여운 포크를 쥐어주었다. 에구구 우리 아기, 이제야 흘리지 않고 잘도 먹네. 잘 먹는 오빠의 모습은 복스럽고 사랑스럽다. 나의 엉망진창 요리 실력에 깜짝 놀라던 오빠는 나에게 여러 가지 요리를 가르쳐주었다. 평생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레시피도 있었다. 있는 대로 대충 먹는 나는 오빠의 요리로부터 입맛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하지만 난 여전히 반찬 투정이 심하고 오빠 역시 젓가락질이 엉망이다. 그래도 나의 오빠는 멋지다. 젓가락질이 미숙하지만 요리를 잘하는 오빠의 모습이 나는 그렇게도 좋은 것이다.
오빠. 응? 재밌어? 응, 재밌어. 취향에 맞아? 응, 취향에 맞아. 뭐가 제일 재밌어? 그냥, 모든 책 다. 그래, 잘 됐네. 응, 잘 됐어. 오늘도 이 책들처럼 풍성한 하루 보내길 바라. 응, 그래야지.
나의 오빠는 활자 중독자다. 지금도 꼼짝없이 책상 앞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거실에는 온통 책이다. 저렇게도 책이 좋을까? 나도 책 읽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책보다는 영상이, 책상보다는 소파가, 도서관보다는 극장이 더 좋은데 말이다. 오빠, 솔직하게 말해. 내가 좋아 책이 좋아? 어느 날은 너무 섭섭해서 따지고 싶었다. 나보다 책이 더 좋다는 대답을 들으면 어쩌지? 오빠는 나를 사랑하지만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나의 존재는 잊어버린다. 오빠는 집중을 위해 어쩔 수 없다며 나를 다독이며 안아주지만 나는 그런 오빠의 모습이 멋지다가도 섭섭한 것이다. 내가 책에게 질투를 하다니. 그래도 나의 오빠는 멋지다. 가끔은 나를 심심하게 하지만 책 읽는 오빠의 모습이 나는 그렇게도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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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남아있는 오빠의 사진 세 장. 침대에서 자다 깬 부스스하지만 사랑스러운 모습 하나, 식탁에서 엉성한 젓가락질로 음식을 잔뜩 흘렸지만 맛있게 잘 먹고 있는 모습 하나, 그리고 책으로 둘러싸인 거실 책상 앞에서 마치 책 안으로 빨려 들어갈 듯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 하나. 세 장의 사진 속 모습에 오늘 아침도 오빠와 다정한 인사를 나눈다. 세 장의 사진 속 오빠의 모습은 눈을 감아도 선명한데, 오빠의 다른 모습들이 이젠 점점 잊히고 있다. 잊히고 있다는 이 사실이 너무나도 안타까워 자다가도 눈물이 난다. 하지만 이내 다시 나를 다독인다. 잊혀도 괜찮다. 사진 속의 이 모습이라도 영원히 기억할 수 있으니까.
오전 8시 24분. 이제는 나서야 할 시간이다. 사진 속의 오빠에게 인사를 건넨다. 오빠. 응? 나 다녀올게. 그래, 다녀와. 우리 저녁에 만나자. 그래, 저녁에 만나. 사랑해. 나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