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13]흐르는 그녀의 피를 닦아주는 행운남K 이야기

사랑하는 그녀를 소개합니다.

by book diary jenny




그녀는 독특합니다. 아니, 특별합니다. 이상하다는 건 아니고요, 다른 사람들과 조금 아주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는 말입니다. 누군가가 저의 이야기를 들으면 흠칫 놀랄 수 있지만, 저에게는 그나마 익숙해진 상황이에요. 그렇다고 당연하게 여기는 부분은 아닙니다. 절대, 절대로요. 어느 특정한 부분에서 그녀는 다르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저도 당황스럽긴 하더라고요. 당황스럽다기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거죠. 남들과는 다른 그 부분으로 인해 우리 사이가 뒤틀리거나 헤어지는 일은 당연히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생긴 문제니까요. 지금껏 힘들었을 그녀를 생각하면 마음이 찡해지기도 해요. 몇 명인지는 몰라도 그녀와 친했던 남자들은 이런 그녀에게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는데 나중에 그걸 빼앗겨 더 이상 가질 수 없는 상황이, 처음부터 없던 채로 태어난 것보다 더 슬프고 억울하다고요. 그런 것 같아요. 가령 처음부터 아기가 생기지 않아 아기를 낳을 수 없다면 그런가 보다 하고 살겠죠. 하지만 아기와 잘 살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아기가 어떠한 일로 사라지게 되면 그 상실의 슬픔은 배, 아니, 몇십 배는 더 크게 느껴지는 겁니다. 그녀도 그렇겠죠. 태어날 때부터 이러진 않았거든요. 남들과 비슷한 삶을 살았고 이상한 일을 겪은 것도 아니에요. 그녀도 그녀의 이 현상에 대해 놀란 지 몇 년 되진 않은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면 제 잘못이 커요. 모든 게 제 잘못이에요. 제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절대 힘들 수 없죠. 지난주에 그러더라고요. 오빠. 왜? 남들은 괜찮은데 나는 왜 이런지 모르겠네. 그러게. 이제는 힘든 건 모르겠는데, 솔직히 화가 나긴 해. 그래, 얼마나 불편하겠니. 내가 오빠에게 말하진 않지만 사실 좀 아프기도 하고. 그래, 그럴 것 같아. 근데 아파서 화나는 게 아니라 이유를 모르니까 화가 나. 맞아, 나라도 그럴 것 같아. 나 같은 사람이 있을까? 음, 글쎄. 있을 것 같지 않아? 그럴지도 모르지. 내가 찾아볼까? 그런다고 뭐 달라지는 게 있겠니? 오빠, 나는 정말 궁금하고 답답하단 말이야. 너 혼자라면 이런 일은 없을 텐데, 나 때문인 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아. 아니야, 그런 말 하지 마. 그래, 그럴게. 우리 힘내자. 그래, 그러자. 지난주에 나눈 이야기가 아직도 생생하네요. 뭐 어제도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말입니다. 그녀는 어제도 아팠어요. 제 마음도 덩달아 아팠고요. 자기 말로는 이제 괜찮다고 하는데 보는 저는 괜찮지 않거든요.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그게 그렇지 않단 말이죠. 보이지 않는 상처가 더 무섭다지만 눈앞에 훤히 보이는 건 더 시리고 아프더라고요. 내가 문제예요. 아니, 그녀도 나와 비슷하기 때문에 솔직히 그녀도 문제인 건 맞아요. 문제라기보다는 원인이라고 하는 게 맞겠군요. 우리 둘 다 문제의 원인이군요, 이것 참. 제가 아픔을 대신 느낄 수 없어서 너무 슬퍼요. 내가 대신 아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녀는 괜찮다고 하지만 나는 괜찮지 않아요. 고통을 호소하는 눈물을 매번 보게 되거든요. 마음 아파하는 나에게 그녀는 오히려 나를 위로한답시고 이런 웃긴 질문을 하더라고요. 오빠, 나처럼 독특한 사람을 만난 거 행운이야 불행이야? 헤헤 웃는 그녀가 너무나도 귀엽고 애틋해서 볼을 매만져 주었답니다. 아얏! 아, 미안. 아, 아니야. 아프지? 괜찮아, 근데 놀랐어. 아프지 않은 게 아닌데 그녀는 아프지 않다고 합니다. 볼을 매만져 주다가 그만 그 아픈 곳을 건들고 말았네요. 멈춘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살짝 건들렸을 뿐인데, 그곳에 또다시 흐르는 피. 그녀의 피. 그녀의 소중한 피. 그녀의 소중하고도 아름다운 피. 지금도 나의 그녀는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입술. 그녀의 입술. 그녀의 아름다운 입술. 그 입술에서 피가 뚝뚝뚝 흐르고 있습니다. 다쳤냐고요? 아니요, 다친 건 아니에요. 아니지, 다친 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아니에요, 다친 건 아니고 아픈 겁니다. 아니, 아프다기보다는 이게 그냥 그녀의 생활입니다. 아니, 생활은 아닌데 생활이 되어버렸어요. 아, 모르겠어요. 그녀는 지금도 피를 흘리고 있고요, 내일도 아마 흘릴 겁니다. 아, 왜 입술에서 피가 나냐고요? 이게 좀 말하기가 그렇긴 한데요. 오빠, 부끄러워하지 마. 부끄럽다기보다는 좀 그래서. 우리가 좋아서 그러는 건데 뭐. 그래도 좀 그래. 당당하게 말해. 말하긴 뭘 말해. 나는 부끄럽지 않아. 나도 그렇긴 한데 그렇다고 막 말하고 다닐 일은 아닌 것 같고. 내가 이상해 보일까 봐?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내가 너무 동물 같아 보이기도 하고. 킥킥. 아, 뭐라 설명하기가 힘드네. 그럼, 내가 오빠를 더 좋아한다고 말해. 내가 널 더 좋아하니까 네가 고생하는 거지. 아니야, 내가 더 좋아서 그러다 보니 그런 거야. 아니야, 내가 나쁜 놈이야. 아니라니까, 나 스스로가 조심하면 되는데 내가 그 충동을 참지 못해서 그런 거니까 자업자득이야. 넌 너무 착해서 탈이야. 오빠도 만만치 않아. 아니야, 네가 더 착해. 우리 이쯤에서 그럼, 뽀뽀? 너 이제 피가 멈추었는데, 또 그래도 될까? 괜찮아, 나다가 또 멈추겠지 뭐. 음~. 다음은 상상에 맡길게요. 맞아요, 나의 그녀는 입술에서 피가 흐릅니다. 뽀뽀만 하면 흐르는 입술의 피. 이런 상황이 상상되나요? 여러분들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이겠죠. 저도 그녀를 만나기 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랍니다. 누군가는 뽀뽀를 할 때 내가 그녀의 입술을 집어 뜯는다고, 변태 같다고 오해할까 봐 은근히 걱정되네요. 아이, 그런 게 절대 아니고요. 그녀는 뽀뽀만 하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입술만 맞닿으면 입술에서 피가 뚝뚝뚝 흐른답니다. 본 적이 없어서 상상하기 힘들 텐데요, 사실은 심각합니다. 뽀뽀를 할 때마다 피가 나다니. 그 피가 쉽게 멈추는 것도 아니에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그냥 입술이 닿으면 피가 뚝뚝뚝 흘러요. 왜 그런 걸까요. 내 마음은 너무나 아파요. 내가 죄인 같다고나 할까요. 나를 너무나도 좋아하기에 그녀는 기꺼이 피를 뚝뚝뚝 흘리면서 뽀뽀를 감행하네요. 누가 들으면 알콩달콩 애틋한 사랑이야기 같지만 그렇지만은 않아요. 그녀의 입술에서 뚝뚝뚝 흐르는 피는 여느 때처럼 또 멈추겠지만 내 마음의 고통은 금방 멈추지 않아요. 내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뽀뽀하지 않으리라, 저는 매번 맹세를 합니다. 정말이에요. 하지만 오늘도 그녀는 나를 껴안으며, “오빠가 넘넘 좋아서 오늘도 뽀뽀~” 나의 그녀는 독특합니다. 아니, 특별합니다. 이제껏 제 얘기를 들으셨다시피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조금 다른, 아주 조금 다른 나의 그녀. 그녀가 나에게 한 질문처럼, 이런 독특하고도 특별한 그녀를 내가 만난 건 행운일까요 불행일까요. 오늘도 나를 좋아해 주는 그녀 덕분에 많이 행복하지만 마음도 아픈 저는 세상 최고의 행운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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