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문을 열 때마다 오늘은 또 어떤 손님들이 찾아올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설레는 마음이 들어서 좋다.
물론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을 하지만 그날그날의 날씨와 주요 사건 사고에 따라 손님의 방문율과 매출은 천양지차이다.
만석이 되어 최고 매출을 기록하는 날이 있는가 하면 어떤 날은 매출이 거의 없어서 전기료라도 아낄 심산으로 일찍 문을 닫는 경우도 생기곤 한다.
사업 초기에는 매일 만석이 되기를 바라며 문을 열었지만 개업 초기 며칠을 제외하고는 생각대로 이루어진 적이 거의 없었고 매출보다는 새로운 손님이 많이 늘어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래서 가끔 고향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어부도 늘 만선을 꿈꾸며 출항을 하지만 용왕님이 허락하는 만큼만 잡을 수 있다며 오늘이 아니면 내일 잡으면 되는 것이니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덤덤하게 웃는 표정으로 인터뷰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나도 이제는 자영업을 시작한 지 좀 지났고 어부처럼 덤덤한 마음이 되어서인지 일희일비하는 횟수가 확실히 줄어들긴 한 것 같다.
그래도 늘 마음속으로는 만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 찾아오는 손님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지만 가끔은 가려서 받고 싶은 손님이 오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피곤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우리 가게를 찾는 손님들을 굳이 분류한다면 보통 4가지의 유형으로 나누어지는 것 같고 유형에 따라 대하는 행동도 조금씩 달라지는 경우도 생기는 것 같았다.
첫 번째는 제일 기분 좋은 유형이라 생각되는데 많이 먹고 많이 마시는 먹방형 단골손님들이다.
보통 안주 하나에 4명 정도가 먹으면서 술을 마시는 경우가 기본인데 이런 손님들은 1인 1 메뉴를 주문하고 술도 거의 무제한으로 마시고 가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 일정 금액이 넘어가면 서비스 안주를 주게 되는데 받는 손님들이 대접받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며 다음 방문을 약속하고 맛있게 먹었다는 인사를 빼놓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늘 기분이 좋아지는 유형이다.
두 번째는 어린아이들을 동반하고 오는 반반형 손님들이다.
이 경우의 손님들은 대부분 전화로 사전 예약을 하고 오는데 8명에서 10명 정도의 인원이고 정확하게 아이와 어른의 수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져 아르바이트하는 친구들은 반반손님이라는 은어를 사용하곤 한다.
인원은 많지만 머무르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길고 음식 주문도 많지 않은 경우이고 미취학 아동인 경우도 있어서 아르바이트하는 친구들이 다른 테이블에 비해 신경을 더 써야 한다.
아이들을 위한 메뉴를 별도로 시키는 경우는 생일이나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날이 해당되고 거의 어른들 메뉴를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경우가 많고 꼭 햇반을 시켜 아이들 식사를 하게 한다.
이런 경우 어른들 테이블 외에 아이들 테이블은 매출은 없다고 봐야 하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어서 가끔 앉을자리가 없어서 손님을 돌려보내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 아쉬운 마음이 들게 된다.
하지만 깔깔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늘 정겹고 마치 시원한 청량음료를 생각나게 해서 아이를 동반한 어른들의 모임엔 항상 집사람이 웃으며 응대를 하곤 한다.
세 번째는 기본으로 제공되는 서비스 안주를 계속 요구하는 리필형 손님의 유형이다.
우리 가게는 손님이 들어오면 제일 먼저 인간사료라 불리는 과자를 드리며 주문을 천천히 하라는 말과 함께 메뉴판을 건넨다.
나름 고품질의 과자라 손님들 반응도 좋고 다른 일행이 올 때까지 기다리며 먹기에 딱 좋은 스낵이라 손님들이 원할 때까지 리필을 해드리고 가끔 포장을 해가는 손님들에게도 한 봉지씩 포장을 해서 드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리필과 관련해서 불편해지는 경우는 따로 있다.
아귀포와 한치 그리고 먹태는 땅콩이 기본으로 제공이 되는 마른안주인데 가볍게 한잔 하기에 더없이 좋은 안주라 손님들이 자주 찾는 메뉴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추가 주문은 하지 않은 채 땅콩만 계속 요구하는 경우의 손님들이 있는데 추가요금을 받을 수도 없고 거절하기도 애매해서 마음이 불편할 때가 있다.
네 번째는 1차는 다른 곳에서 마시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간단히 마신다며 들어오는 어깨동무형 손님의 경우이다.
이미 취해있는 상태여서 목소리의 톤도 올라가 있고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는데 계속 대화가 이어지는 특이한 경우의 손님이고 가끔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를 하다가 마무리는 웃으며 어깨동무를 하고 나가는 모습이 정겹게 느껴지기도 한다.
호칭은 대부분 형님 동생이고 계산을 할 때에는 서로 먼저 하겠다며 계산대 앞에서 가끔 실랑이를 하는 경우가 있어서 화장실을 가는 척하면서 계산을 미리 하는 손님들도 있다.
그 외에도 여러 유형의 손님들이 있지만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가게여서인지 일반 상가에 있는 가게를 방문하는 손님들보다는 덜 피곤한 느낌이 들어서 좋다.
4 가지 유형의 손님들로 구분했지만 피하고 싶은 손님이 아니라 유형에 맞춰 적절한 응대를 하고자 하는 것이고 지피지기의 심정으로 구분한 것일 뿐이다.
예전 내가 다니던 기업에서도 매출 실적이 악화되면 대략 4 가지 경우의 수를 준비하여 제품을 정리하던 기억이 났다.
1. 실적과 이익이 모두 좋은 경우에 해당하는 제품은 이익과 실적의 극대화를 위해 더 투자를 한다.
2. 실적은 좋은데 이익이 안 좋은 경우는 가격 인상을 통해 이익을 흑자로 전환하는 작업을 한다.
3. 실적은 저조한데 이익은 좋은 경우는 제품 리노베이션을 통해 매출 극대화 작업을 한다.
4. 실적과 이익이 모두 안 좋은 제품은 과감하게 생산 중단을 진행하여 더 이상 실적과 이익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한다.
기업들의 생존 노력도 경우의 수를 따지며 대응 방안을 마련하듯 내가 정리한 우리 가게 손님들의 유형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살아남기 위한 나름의 전략이고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응대를 해서 계속 방문을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전부이다.
“VIP to VIP “
“Very Interesting Person to Very Important Person”
처음엔 아주 흥미로운 사람에 대한 탐구였지만 결국엔 아주 귀한 사람을 내편으로 만들기 위해 내가 해야 할 기본 행동이고 소중한 나의 손님일 뿐이다.
“어서 오세요… 오늘도 방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