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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9kg

기적 같던 봄이와의 비행

by kaei

"봄아, 큰일 났어. 우리 비행기 타야 하는데!"

봄이 몸무게가 8kg을 넘긴 순간부터 비상이 걸렸다. 기내 탑승을 위해서는 케이지 포함 9kg 미만이어야 하는데, 비행 당일 아침까지 무게가 9.29kg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이러다간 화물칸행이야... 안 돼!"

비상 대책으로 일주일 동안 사료를 평소의 절반으로 줄이고 간식도 전면 중단했다. 밥을 다 먹고도 빈 그릇을 핥아대는 봄이를 애써 못 본 척해야 했다. 마음이 미어져도 어쩔 수 없었다. 원래 식탐이 없는 아이라 늘 남기기 일쑤였는데, 이번만큼은 한 톨도 남기지 않았다.

전날 밤, 나는 몇 번을 몸무게를 쟀는지 모른다. 케이지에서 덜어낼 수 있는 건 다 덜어냈다. 더 이상 방법이 없을까?

그때 덥수룩한 털이 눈에 들어왔다.

"봄아, 미안해. 털이라도 자르자."

처음엔 얼굴만 손볼 생각이었는데, 가위질이 시작되자 멈출 수가 없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싹 밀어버렸다. 이 정도면 몇 그램이라도 줄었겠지?

혹여나 기내 탑승이 불가능하면 화물칸에 실려야 하는 봄이. 그건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

"배 타고 갈까? 아니면 공항에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볼까?"

복잡한 마음을 달래며, 아침 일찍 엄마는 봄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몸속에서 덜어낼 수 있는 건 모두 덜어내자는 엄마의 간절함이 느껴졌다.

나는 마음을 다잡고 상상했다. 아무 문제 없이 비행기에 탑승한 봄이 와 나. 평온하게 앉아 있는 우리의 모습. 그리고 모든 걸 내려놓기로 했다. 공항으로 가는 내내 보이지 않는 신들에게 기도했다.

탑승 수속을 기다리는 동안 심장은 거세게 쿵쾅거렸다. 우리 차례가 다가올수록 가슴이 터질 것 같아 연신 후후 숨을 내쉬면서 긴장을 덜어내려 애썼다.

"괜찮아. 우리는 기내에 탈 거야. 괜찮아!"

심호흡을 하며 스스로 되뇌었다.

"다음 분 나와 주세요!"

드디어 운명의 순간. 나는 심호흡을 하고 봄이를 저울에 올렸다.

9.00kg.

"와! 봄아! 9kg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9라는 숫자가 떴다. 순간 온몸의 긴장이 풀리면서 온 세상이 환해지는 듯했다. 머릿속을 떠다니던 불안과 걱정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말로 다할 수 없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심장이 두근거렸던 것이 무색할 만큼, 기쁨이 온몸을 감쌌다. 며칠간 우리 마음을 꽉 죄이던 돌덩이가 한순간에 부서진 듯이 속이 시원해진 엄마와 나는 서로를 보며 활짝 웃었다.

신이여, 감사합니다! 이건 기적이다!

이 모든 걸 알 길이 없는 봄이는 사람 구경에 신이 나 있었다. 그런 행복한 봄이를 바라보며 나는 봄이를 꼭 안고 속삭였다.

고생했어, 봄아. 오늘 배불리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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