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와 책
최근 북클럽을 통해 다양한 책을 만나고 있다.
이 모임은 2주 동안 책 한 권을 읽고, 온라인으로 모여 각자의 소감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시즌 3의 주제는 ‘관계’이다.
모임장이 고심 끝에 선정한 책들을 읽는 과정은 늘 설레는 경험이다.
내가 직접 고른 책은 취향에 맞추어진 경우가 많지만,
타인이 고른 책을 통해서는 예상치 못한 저자와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모임장은 독서를 “저자와의 대화”라 했다.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저자가 어떤 생각을 전하고자 하는지,
그가 고심 끝에 정제한 언어의 떨림이 내 안에서 어떤 울림과 감정의 흐름을 일으키는지를 느껴보는 것.
그 순간 우리의 뇌는 가장 활발히 움직인다.
예전에는 책을 읽을 때 주로 정보를 얻거나 지식을 습득하는 데 급급했다.
하지만 이번 독서 모임을 통해 책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크게 달라졌다.
그리고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나의 의식이 사유를 여과하는 속도이다.
책을 통해 들어온 정보가 내 안에 담기고, 그것이 곱게 갈려 사유의 필터를 거쳐 나만의 언어로 흘러나오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 과정은 커피와 닮아 있다.
타인이 정성스럽게 고른 원두를 내 의식 속에 담아 갈아내고,
사유의 필터를 거쳐 한 방울 한 방울 떨어뜨린 후,
그 깊은 향과 맛을 한 모금 한 모금 삼키며 음미한다.
책도 그러하다.
한 글자 한 문장이 내 안으로 우려 지고 스며들어
향과 여운을 깊게 남긴다.
휘리릭 단숨에 읽히는 책이 있는가 하면,
한 글자 한 글자 더디게 다가오는 책도 있다.
존재의 다양성만큼 책 또한 다채롭다.
나의 생각의 틀에 갇히지 않고,
다른 이들의 사유와 시선을 나눌 수 있는 매개체가 바로 책이다.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해독하고 그 과정을 즐기는 것 —
그것이야말로 독서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인 것 같다.
어떤 날은 마음속을 맴도는 한 문장을 오래 곱씹기도 하고,
어떤 순간은 책 속의 날카로운 사유가 내 고집스러운 생각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책은 동시대를 사는 저자의 최신 생각과 만나는 길이 되기도 하고,
수백 년 전, 혹은 더 오래 전의 저자와 대화하는 창이 되기도 한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깊은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독서.
오늘도 나는 책 속으로 은밀한 내면의 여행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