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 혼자 가시면 어떻게 해요
장인어른 성묘 가기
지난 설날에 있었던 일이다
장인어른은 와이프가 대학생일 때 암으로 일찍 돌아가셨다
와이프의 오빠가 있지만
전형적인 시부모와의 갈등으로 명절에 오지 않는다
그래서 장인어른 성묘를 우리랑 간다
그날따라 큰아들이 옷을 안 입는다고 난리다
파란색이 싫다고..
한참 동안의 실랑이 끝에 옷을 입혔더니
이번에는 둘째가 배고프다며 시리얼을 달라고 한다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리니
장모님과 성묘 가기로 한 시간을 훌쩍 넘었다
아이와 외출하면서 재시간에 출발한 적이 없다
외출 한 번 하려면 전쟁이다
장모님한테 전화가 왔다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왜 이렇게 안 와!! 가기 싫은 거지? 너의 들도 오지 마
자식들 다 필요없어 !! 나 혼자 버스 타고 갈 거야"
그리고는 뚝 끊고서는 전화를 안 받으신다
환장한다...
형님네가 안 오니 명절만 되면 예민해지신다
찾아 온 딸과 사위에게는 신세 한탄만 하고,
찾아 오지 않은 아들이 연락도 없다며 화만 내신다
혹시나 올까봐 하는 마음에 준비한
화장대 위에 놓인
친 손자들 이름이 적힌 용돈 봉투를 볼 때면
안쓰럽기도 하다
명절이 즐겁지 못한 이유다
계속 전화를 받지 않자 나도 모르게
"이러니 형님네가 안 오지"라고
혼잣말 한 것인데 입으로 나와버렸다
앗... 큰일이다
그러자 와이프 분노게이지가 확 올라갔다
부부싸움으로 이어진다
영화의 한 장면 같다
파란색 옷타령 -> 약속시간 늦음 -> 장모님 짜증 -> 부부싸움
큰아들이 옷타령만 안 했어도 약속시간에 안 늦었을 테고,
그러면 장모님이 짜증 안 부렸을 테고
그러면 부부싸움도 안 했을 텐데..
아무튼
산소는 외곽에 있기에 버스 배차간격도 길고
2번 이상 갈아타야 갈 수 있는 곳이다
우리는 장모님 집에서부터 버스 노선대로
차로 가보기로 했다
한참 가다 보니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정류장에 앉아 있는
장모님이 보였다
날도 추운데, 정류장에 홀로 서있는 모습을 보니 짠했다
차로 같이 가자고 하니
혼자 버스 타고 간다며 완강히 거절한다
하아.. 답 안 나온다
고집은 왜 이렇게 센 건지...
실랑이 끝에 차에 태워서 같이 갔다
산소까지는 차로 30분 정도 걸렸다
그런데 그 사이 둘째가 잠들어 버린 것이다
"자는 애 뭘 깨워!! 우리끼리 갔다 올께
차에서 애들 보고 있어" 라고 했다
한참 후
성묘를 마치고 차에 왔다
장모님은 사위가 장인어른 산소 왔으면
절이라도 하고 가야 하는데.. 라며
3번을 반복하며 중얼거리신다
아.. 진짜
차에 있으라고 하질 말던가..
이건 뭐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지금 다 내려왔는데 나 혼자 갔다 오라는 건지
아니면 내가 차에 있으라고 해도
자는 애를 업고서라도 따라왔었어야 했다는 건지..
명절이 되면 스트레스가 쌓인다
같은 일이 무한 반복된다
다음 명절에는 어떤 시련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