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모르는 사람이지?"
"아는 사람이야?"
"아니 모르는 사람인데 연락처 물어 보네"
여자 친구와 데이트 중 신세계백화점에 갔을 때였다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화장실 앞에서 나를 기다리던 여자 친구가
낯선 남자와 말을 하고 있다
내가 다가기자 그 남자는 어색한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내기 누가냐고 물어보니
여자친구는 모르는 사람인데 번호를 물어봤다고 했다
순간 나는 뿌듯했다
내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들도 괜찮다고 생각을 한다니
나의 선택이 잘 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
일종의 승자의 여유를 느꼈다
그리고 그 순간 결혼을 결심했다
내가 망설이면 놓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날 이후로 나의 행동은 보다 적극적으로
바뀌고 결국 결혼을 했다
그런데...
결혼식 날 와이프 손님들 중에서 그 남자를 봤다
분명히 와이프에게 내 앞에서 번호를 물어봤던 그 사람이다
물론 얼핏 잠시 본 것이라서 100% 확신할 수는 없다
무엇인가 남성의 '본능의 촉'이랄까?
흠... 찝찝하다
분명히 아니라고 하겠지만
뭐.. 증거도 없고..
참.. 내가 결혼을 결심하게 된 동기가 와이프의 자작극
일지도 모른 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참..
의심의 씨앗은 늘 또 다른 의심의 싹을 틔운다
그런데 뭐..
그런들 어떠하리
그렇다고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그 날일이 아니어도 다른 이유로 결혼을 결심하고
결혼했을 것이다
의혹은 추억 속에 묻어두는 것이
지금을 행복하게 즐기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