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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치"가 "노터치"가 될 때

꼭 손을 잡아야 하나요?

by cogito

벌써 결혼한 지 10년..

시간이 참 빠르다


결혼하자마자 생긴 첫째 아들

계획 없이 생긴 아이였지만,

우리는 축복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의 중심은 늘 아이였다

이야깃거리도, 물품 구입도, 생활 패턴도..


설날, 마트에 갈 일이 생겼다

눈이 소복이 내린 밤..

나와 와이프는 아이를 장모님께 맡기고

둘만 걸어서 마트를 갔다


그런데 어색하다

왜냐면 늘 우리 사이에는 아이가 있었기에..

늘 아이 손일 잡았기에..


와이프와 둘이 걷는 것이 어색하다

손을 잡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솔직히 막 손을 잡고 싶지는 않았다

굳이.. 뭐...


와이프 또한 그러했을 것이다


사랑?

그런 것은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서로 싫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딱히 서로에게 불만도 없다

평범히 반복되는 삶 속에 어쩌면

안정을 찾았고, 익숙해진 것 같다


싸운 것도 아닌데..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손 잡아줄까?"


"됐어"

차가운 답이 돌아왔다


"잡고 싶은 거 다 알아, 이리 와 잡아줄게"

"남자들은 착각 속에 산다니깐.. 진짜 싫거든"

여기에서 내가 무엇을 더 말하리오..


누군가는 말한다

그걸 물어보냐고.. 멋없게 한다고..


처음 손 잡을 때가 생각난다..

"우리 손잡고 걸을까?".

내가 이렇게 말하고, 우리 사이는 시작됐다


연애초기에는 손만 잡고 걸어도

행복했는데,

지금은 주머니에 손 넣고 각자 걷는 게 편하다

아니 차라리 아이를 데리고 올 것을 그랬다

아이손을 잡고 걸으면

화목하게라도 보이니 말이다


결혼할 때는 손을 놓지 않겠다고 했는데

"노치" (놓지)가 -> "노터치" (no touch)가 되었다

"터" 자가 추가되니 멀어졌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것인가?

결혼을 하고 가족이 생기면서

내가 없어졌다

나를 위해.. 나의 이야기..

해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나의 의무일 뿐이다

다들 이렇게 살아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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