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이 뒤바꾼 운명
"나 결혼해야 할 것 같다"
"잉? 언제?"
"바로 날 잡아야 할 것 같은데.."
30살의 어느 날
나는 친구 A와 클럽에 갔다
평일이었지만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우리 바로 옆 테이블에 여성 두 명이 있었는데
앉아서 춤을 추는 모습이 신나 보였다
나는 그 여성의 하는 행동을 재미 삼아 따라 했다
그러자 얼마 후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두 팔을 어깨높이로 살짝 올리며
'problem?'이라는 제스처를 했다
처음에는 '뭐래?' 하는 표정으로 무시하더니
몇 번 눈이 마주치니 웃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먼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왜 따라 해요?"
"따라한 거 아니에요 이거 이 노래 춤이잖아요~"
"뭐래.. 원래 이런 식으로 말 걸어요?"
"성공했나요? ㅋㅋ 관심 좀 끌었어요?"
그렇게 대화는 시작되었고
우리는 나가서 한잔 더 먹기로 했다
2차는 평범한 룸으로 된 이자카야였다
그런데 지금도 의문스러운 것은 자리배치였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보통 남녀 2명씩 가면, 한쪽에 남자둘
다른 쪽에 여자 둘이 앉을 텐데
그날은 뭔가 서로 파트너가 된 것 마냥
각각 커플이 앉듯 앉았다
내 옆에는 내가 공들여 말을 걸은 B가 앉았다
B는 C라는 친구와 왔는데
B는 괜찮았지만, C는 뭔가 좀 아쉬웠다
내 친구는 C와 처음에 앉자 말수가 적어지며
파하는 분위기가 돼 버렸다
반전은 얼마 후에 일어났다
내가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내 친구 A는 이쁜 B옆에 앉아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배신자 새끼.. 이기적인 새끼..
그 사이에 뒤통수를 치다니...
아니다.. 내가 방심한 나의 잘못이다
아무리 마려워도 확정되기까지는 참았어야 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은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아쉬운 대로 나는 C옆에 앉았다
그러자 내 친구 A는 텐션이 올라왔다
나는 팀워크를 위해 C와 영혼 없는 대화를 이어갔다
그리고 계산을 하고 이자카야를 나왔다
내 친구 A와 여성 B는 집에 간다며 먼저 걸어갔다
그러자 여성 C는
"어디가 집에 같이 가야지" 하며 그들을 따라갔다
그때 나에게 친구 A로부터 카톡이 왔다
'따라오지 마 둘이 반대로가'
일급 지령이 내려왔다
친구를 위해 자폭을 해야 할 타이밍이다
나는 C에게 우리끼리 한전 더 하자고 했다
그리고 맥주 한잔 마시고 파했다
그리고 두 달 정도 후
친구 A로부터 임신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결혼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행동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하는 시점이었다
그리고 상황이 상황인 만큼
빠르게 진행해야 했다
그렇게 첫 만남 후 두 달 만에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
양가 인사하고, 식장도 3개월 뒤로 예약했다
서로 잘 모르는 상태인 만큼, 결혼 준비 과정에서
다툼이 상당했다,
그러다 아이가 유산이 되어버렸다
갑작스러운 상황들이 스트레스가 되어
임신 초기 안정을 취할 시기에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참 안타까운 상황이다
그렇게 되자 친구 A는 슬프기도 했지만
결혼에 대해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원래 결혼생각이 없었는데
결혼을 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니 고민을 했던 것이다
아무튼 친구의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며
그녀는 연락이 두절되었다
결혼식은 취소되었고, 아이까지 있었다는 것을
대부분의 주변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또 반전..
그리고 몇 달 후
그 둘은 진짜 결혼을 했다
이건 또 뭐래......
이번에도 아이가....
어쨌든 지금도 잘 살고 있다
행복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B는 나를 지금도 싫어한다
첫 만남부터 모든 스토리를 알고 있기에..
둘이 어디에서 만났어요?라고 물어보면
친구한테 소개받았다고 한다고 한다..
설마 그 친구가 나를 말하는 것인지...
난 그저 화장실 한번 갔다 왔을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