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원 : 41세 남자, 10세 여자
기간 : 2015. 5. 20. ~ 6. 6. (17박 18일)
일정 : 파리(5박) - 런던(4박) - 암스테르담(2박) - 인터라켄(3박) - 파리(3박)
여행이 끝났다. 가족 여행을 가면 아빠, 엄마, 딸, 아들 4명이서 함께 가는데, 두 아이를 모두 챙겨야 하고, 부부끼리도 서로 챙기다 보니 결국 네 명 모두 만족스러운 여행이 되기 위해 어느 정도 서로 양보를 하면서 진행하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아이 하나만 데리고 여행을 떠나면 온전히 그 아이만을 위한 여행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이런 형태의 여행을 권장하는 편이다. 아이에게는 좋은 기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행 다니면서 비용을 세부적인 것까지 모두 적어놔서, 다녀온 후에 정산을 해볼 수 있었다. 총 660만 원 정도 비용이 소요되었는데, 왕복 항공료가 193만 원 정도, 숙박비가 181만 원 정도 들었다. 도시 간 이동에 81만 원, 도시 내 교통비가 36만 원, 식비 63만 원, 관광지 입장료 27만 원, 기념품 구입 53만 원 정도 소요되었다. 아, 디즈니 입장료 22만 원도 있었다. 아이를 데리고 다니다 보니, 입장료나 교통비는 절약되는 부분이 좀 있었다. 2015년의 비용이니, 지금은 아마 많이 달라졌으리라 생각한다. 숙박비가 조금 많이 들었던 편인데, 대신 숙소에서 식사를 많이 해결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갑자기 비가 올 수도 있고, 몸이 안 좋아서 쉬어야 할 수도 있다. 운이 나쁘면 파업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문을 닫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가장 가고 싶은 곳일수록 갈 수 있을 때 먼저 가는 편이다. 동선을 생각해서 뒤로 미루어 두었다가, 가장 중요한 곳을 못 보고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휴관일이 있을만한 곳은 꼭 미리 확인해 두어야 한다.
기념품은 들리는 곳마다 가급적이면 꼭 하나씩 샀다. 여행에서의 경험도 좋지만, 다녀온 뒤의 추억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들렀던 곳을 떠올릴 수 있는 물건들을 아이가 갖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저렴한 것이라도 하나 정도는 사주었다.
아이와 둘이 하는 여행이 처음은 아니라서 일정을 여유 있게 짰는데도, 아이가 꽤 힘들어했다. 아무래도 가까운 거리에 있는 관광지들을 묶어서 다니면 걸어 다니는 시간이 많아진다. 미술관이나 박물관도 많이 서 있게 되고, 걸어 다니게 된다. 그래서, 매일 '꼭 가야 할 곳'과 '가도 되고 아님 말고인 곳'을 정해놓고 다녔다. 아이 상태를 보면서 융통성을 좀 발휘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했는데도 힘들었나 보다.
아이와 성별이 다르니, 아이가 화장실에 갈 때는 혼자 들여보내야 했다. 그래서, 비교적 깨끗한 화장실 위치를 미리 많이 알아두었다. 유럽은 한국만큼 공중 화장실이 잘 되어 있지는 않아서,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다. 그밖에 식당 위치, 간식 파는 곳 위치, 관광지 위치를 전날 밤에 모두 숙지해 놓고 다녔다. 현지에서 내가 헤매지 않아야 아이가 걸어 다니는 시간도 줄고 덜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박물관, 미술관에서의 동선도 미리 그려보고 다녔던 것 같다.
10살이었던 아이는 이제 16살이 되어 있다. 10살의 기억이면 커서도 많이 생각이 날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억이라는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지는 법이니, 이 여행의 기억이 아이의 삶에 어떤 의미가 될지 궁금하다. 아이도 아이지만, 사실 이 여행은 내게도 아주 특별한 여행이 되었다. 여행의 모든 것을 아이에게 맞추었고, 현지에서도 이런저런 것들을 준비하고 신경 쓰느라 꽤 힘들었다. 그런데도, 너무 행복했다. 18일이 아니라, 일 년 내내 아이와 돌아다니고 싶었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여행을 다니는 동안에도 좋았지만, 다녀오고 나니 더 그리워지는 시간들이었다.
언젠가 아이가 크면, 어렸을 때 아빠와 함께 갔던 곳을 다시 가게 될 날이 있을 것 같다. 그 장소에 가고, 그 광경을 보면서, 아이는 아빠와 왔던 일을 기억하게 될지 궁금하다. 부모와 자식은 혈연관계로 묶여 있지만, 공통된 기억으로 묶여 있기도 하다. 아이가 크면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각자의 삶을 살아야 하겠지만, 그 사이에 존재하는 추억의 실들이 부모와 자식을 계속 연결되게 한다. 그 실들이 좋은 기억으로 채워져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각자의 삶 속에서, 혹은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되는 날들이 온 이후에도, 자주 기억하고 웃으며 추억할 수 있는 그런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