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때는 6학년 형들이 대단해 보였다. 6학년은 모르는 것도 없고, 6학년 형들이 하는 말은 모두 맞는 말인 것 같았다. 하지만, 막상 내가 6학년이 되고 나니 6학년들이 그때 생각한 것만큼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도, 대학교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보다 앞서 인생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은 늘 무언가 특별한 깨우침을 얻은 사람인 것 같았지만, 내가 그 위치가 되고 보니 나도, 내 친구들도, 여전히 인생에 서투른 한 인간일 뿐이었다.
군대를 다녀오고 복학을 한 후에, 어쩌다 후배를 만나거나 나보다 어린 친구를 만나면,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얘기는, '선배를 대단하게 생각하지 말아라'라는 말이었다. 물론, 몇 년의 경험을 앞서 한 것이 사소한 일은 아니다. 선배들의 말에는 귀담아 들어둘 만한 말도 많이 있다. 하지만, 선배들이라고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주 조금 더 알고, 아주 조금 먼저 경험했을 뿐이다. 여전히 진리가 무엇인지 찾아다니고 있고, 여전히 좌절과 실패도 맛보고 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선배의 말을 경청하되, 그것이 틀린 말일 수도 있다는 것을 늘 생각하면서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 선배가 아니라 누구의 말이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 사람이 어떤 지위에 있건, 얼마나 많은 지식을 쌓았건, 그 사람의 말이 항상 옳을 수는 없다. 그러니 누가 한 말이든지 간에 그것을 하나의 시각으로 받아들이고, 그 시각을 스스로 평가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반대로, 내가 옳다고 믿는 것도 모두 옳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까지 생각할 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