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취한하늘 Sep 13. 2022

통찰의 확장

자연어 처리는 인공지능의 여러 분야 중에서도 쓰임새가 많은 분야다. 그래서 자연어 처리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인공지능 연구자에게 큰 가치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자연어 처리를 직접 개발하지 않고 하이퍼클로바 같은 자연어 처리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면, 그때도 자연어 처리에 대한 지식이 지금만큼의 가치를 가지고 있게 될까? 게임 기획을 10년 이상 하면 게임 기획의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계속 게임 업계에 머무른다면, 게임 기획에 대해 쌓은 지식도 큰 가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다른 업계로 넘어가야 하는, 혹은 넘어가고 싶은 상황이 되면, 그때도 게임 기획에 대한 지식이 똑같은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제너럴리스트보다 스페셜리스트가 우대받는다. 그러다 보니, 경력이 쌓일수록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기술과 지식의 가치는 시간과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기술과 통찰이 협소한 분야에 머물러 있으면, 커리어의 안전성이 떨어지거나, 혹은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획득했다면, 반드시 자신이 가진 장점을 더 넓게 확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자신의 장점이 오히려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자연어 처리의 전문가가 되었다면, 인공지능의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보자. 그리고, 인공지능 자체의 본질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인공지능과 연결해서 쓰이는 다른 기술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인공지능이 각광받는 이유와 사람들이 인공지능에게 기대하는 것들에 대해 이해해보자. 게임 기획의 전문가가 되었다면, 더 넓은 범위를 가진 '콘텐츠'에 대해 고민해보자. 게임이 다른 콘텐츠들과 통하는 점은 무엇이고, 다른 점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나아가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의 심리가 무엇이며, 콘텐츠의 소비를 촉진시키는 기술적, 환경적 조건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자.


어떤 기술과 지식이든, 추상적이고 본질적인 단계로 올라갈수록 쓰임새가 더 많아진다. 그리고, 본질에 가까울수록 그 가치는 잘 변하지 않는다. 롤플레잉 게임을 선호하는 시장의 기호는 십 년 후에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롤플레잉 게임의 인기가 식은 후에도 사람들은 같은 이유로 어떤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을 것이다. 자연어 처리 기술이 십 년 후에는 아무나 쓸 수 있는 도구가 되어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자연어 처리가 발전 과정에서 겪었던 문제는 다른 분야에서도 연구자들을 괴롭히고 있을 것이다.


장점을 확장하자. 인접한 영역과 본질적인 영역으로 기술과 통찰을 넓혀가자. 그것이 지금의 가치를 유지시켜 줄 것이고, 현재를 안전한 미래로 연결시켜 줄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