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에 회사에서 나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게임 콘퍼런스에 보내주었다. 영어를 못해서 콘퍼런스에 참여해봐야 하나도 알아듣지 못할 터였지만, 그럼에도 콘퍼런스에 다녀오는 것이 나의 동기 강화와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여 나를 일행에 포함시켰다.
예상대로 발표자의 내용은 알아듣기 힘들었다. 화면에 나온 내용을 보면서 감으로 일부 알아듣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도 시간 꽉꽉 채워서 최대한 많은 세션에 참석했고, 스크린에 나온 내용을 적극적으로 받아 적었다. 그리고, 숙소에서는 구글 검색을 통해 바로바로 올라오는 세션 리뷰 글들을 찾아 읽었다. 덕분에, 내가 참석한 세션의 내용은 뒤늦게라도 다 이해할 수 있었다.
영어를 못하는 나를 영어로 진행하는 콘퍼런스에 보낸 것이 옳은 결정이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 이후에는 영어로 참석하는 콘퍼런스에 참석하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그 참관 이후로 나는 프로그래밍 이외의 게임 분야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경험적으로 뿐만 아니라 이론적으로도 게임을 이해하려고 공부하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는 회사도 나를 그곳에 보낸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때, 콘퍼런스에 다녀온 값을 하기 위해 내가 알게 된 내용을 문서로 만들어서 보고했는데, 당시 내 리더가 그것을 비공식적으로 몇몇 사람들에게 돌려보게 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 경험이 인상적이어서, 이후로는 어떤 전시회나 콘퍼런스를 다녀오면 꼭 문서를 정리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공유한다. 아마, 문서를 만들어서 공유했을 때, 참관의 가치가 쉽게 증폭되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던 것 같다.
내 커리어에 있어서는 특별한 경험이었지만, 이 경험을 말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통찰의 계기가 될지는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 말도 못 알아듣는 상황에서 무언가 하나라도 가치 있는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고, 그런 활동이 나 자신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그 이후로는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배울 수 있는 통찰을 얻어내려고 했던 것 같다. 그 콘퍼런스는 나에게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을 선물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