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서 역할을 처음 수행하고 나서 회사를 그만두고 몇 개월 쉬었다. 커리어를 시작하고 나서 유일하게 일을 하지 않았던 시기인데, 그 시기의 초반에는 앞으로 다시는 프로듀서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프로듀서 역할이 나와 맞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체력과 정신력을 회복하고 나니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프로듀서라는 역할은 원래 쉽지 않은 역할이다. 신경 써야 할 것도 많고, 책임의 크기도 크다. 게다가 나는 그 역할을 처음 해본 것이었다. 따라서, 어렵고 힘든 것이 당연했다.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런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나와 맞지 않는 일이어서'라고 생각해 버린 것이다. 어쩌면, 처음부터 잘할 것이라는 오만이 나에게 있었던 것 같다.
처음 해 본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그것이 나와 맞지 않는 것으로 섣불리 결론짓지 말자. 처음 하는 일이 어렵고 힘든 것은 당연하다. 단순히 힘들다는 것보다는, 그 일이 가진 특성과 어려움이 나의 특성과 어떤 관계를 갖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처음 하면서 겪었던 어려움들이 두 번째에는 감당할 수 있을 만한 것들인지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더불어서, 어렵고 힘든 와중에도 그 일을 통해 느꼈던 기쁨과 만족감들을 같이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
휴식기를 끝내고 나는 프로듀서로 복귀했다. 물론, 이후에도 처음 겪어보는 문제들이 있었다. 잘 대처한 것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어떤 상황에서도 '프로듀서'라는 역할이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내가 더 배우고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고 생각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