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라켄 시내가 예쁘기는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알프스 산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가는 것이 무척 아쉬웠다. 그런데 아들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인터라켄에 도착한 지 사흘째 되는 날 오후에 갑자기 어딘가 가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바로 기차 시각을 확인했다. 다른 하이킹 코스는 이미 시간이 맞지 않았는데, 뮈렌만은 아직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이킹을 하기는 어렵지만, 기차를 타고 가서 뮈렌을 본 후 다시 기차를 타고 내려오는 것은 충분히 가능했다. 그래서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출발했다.
뮈렌은 딸과 함께 왔을 때도 방문했던 마을이다. 해발 1634m에 있는 비교적 고지대 마을인데, 휘발유 자동차가 다닐 수 없는 청정지역으로 보호되고 있다. 인터라켄에서는 기차-케이블카-산악열차를 타고 이동한다. 마을이 크지는 않지만 무척 예뻐서, 방문하면 후회하지 않을 곳이다.
보통 갈 때는 열차를 이용하고, 올 때 산악열차 구간을 하이킹으로 내려온다. 비교적 평탄한 길로 한 시간 정도 하이킹하는 코스인데, 아이들도 쉽게 걸을 수 있고 주변 풍경도 좋은 코스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늦기 전에 다시 인터라켄으로 복귀해야 했고, 아들 몸 상태도 좋지 않기 때문에 돌아올 때도 산악 열차를 이용했다.
뮈렌에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 마을 일부와 알프스 풍경을 보는 것에 집중했다. 한 시간도 채 머물지 않고 내려왔던 것 같다. 그래도, 알프스와 알프스 마을의 풍경을 볼 수 있었던 것이 참 다행이었다. 사실 이곳에는 더 많은 풍경들이 숨어 있지만, 아들의 머릿속에 풍경 하나가 들어 있다면 언젠가 스스로 나머지 풍경을 찾기 위해 다시 이곳에 올 것이라 생각한다.
뮈렌을 다녀온 것은 오후였고, 오전에도 잠시 외출을 했다. 맥도널드에서 점심을 먹고, 기념품 가게에 들러 기념이 될 만한 물건을 샀다. 그리고 잠시 공원에 들렀는데, 마침 패러 글라이더들이 차례차례 착륙을 하고 있었다. 인터라켄에는 패러 글라이딩을 하는 사람이 많다. 인터라켄에 도착한 첫날부터 매일 하늘에는 사람이 날고 있었다. 나는 패러 글라이딩을 해 본 적은 없지만, 하늘에서 보는 알프스의 풍경이 어떨지 궁금하기는 하다.
일정이 크게 단축되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다. 여행을 길게 하다 보면 아플 수도 있고, 그럴 때는 욕심을 내지 않고 쉬는 게 좋다.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종종 만나게 되는데, 그로 인해 잃게 된 것에 집착하기보다는 앞으로 얻을 것을 보고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삶도 여행도 더 풍성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