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걷는 런던 시내

by 취한하늘

혼자 배낭여행을 할 때는 런던을 방문하지 않았다. 파리, 프라하, 베네치아 같은 도시에 비해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들에게는 다른 것 같다. 큰 아이와 여행할 때도 런던을 가고 싶어 해서 일정에 넣었는데, 작은 아이도 런던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유럽의 도시 중 파리 다음으로 인지도가 높은 도시가 런던이 아닐까 싶다.


런던으로의 이동은 유로스타를 이용했다. 파리에서 기차를 타고 런던으로 이동한다. 시간은 두 시간 남짓 걸리는데, 런던 시간이 파리보다 1시간 느리기 때문에 시계 상으로는 1시간 20분 정도 후에 런던에 도착하게 된다. 영국은 쉥겐 조약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런던으로 가려면 입국 수속을 다시 해야 한다. 번거롭기는 하지만 어려운 점은 없다. 오히려 그 덕분에 런던에서는 소매치기나 집시의 위협이 파리보다 훨씬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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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 도착한 날은 숙소 주변 지역만 둘러보았고, 본격적인 여행은 다음 날부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버킹엄 궁전이었다. 버킹엄 궁전은 1703년에 버킹엄 공작이 지은 저택으로, 1762년에 조지 3세가 구입하였다고 한다. 19세기 빅토리아 여왕 때부터 집무실과 거주지로 사용되었다.


버킹엄 궁전 앞에서는 정해진 시간에 근위병 교대식이 열린다. 상당히 큰 규모로 진행하기 때문에 볼 만하다. 하지만, 워낙 사람이 많이 몰리기 때문에 좋은 자리에서 보려면 1시간 전부터 자리를 잡고 기다려야 한다. 우리는 그 정도로 교대식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대신 미리 예약을 해서 버킹엄 궁전 내부를 구경했다. 왕이 휴가를 가는 7월 말에서 9월 말 사이의 기간에 궁전을 공개한다.


궁전 내부는 화려하기보다는 고급스럽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물론, 화려함이나 고급스러움으로는 파리의 베르사유 궁전이 한 수 위다. 다만, 현재도 왕이 사용하고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 특별함을 만들어 낸다. 내부를 찍은 사진이 없는 것을 보니, 촬영은 금지되어 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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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킹엄 궁전을 나와서 빅벤이 있는 쪽으로 이동했는데, 그때 세인트 제임스 파크를 가로질러 갔다. 아주 큰 공원은 아니지만 무척 운치가 있는 곳이다. 런던에서는 가장 오래된 왕립 공원이라고 한다. 17세기부터 일반인에게 오픈되었다. 공원에서 새를 많이 볼 수 있는데, 공원 전체가 야생 조류 보호 구역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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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하면 에펠탑이듯이, 런던 하면 빅벤이다. 특히, 초등학생과 중학생에게 런던은 빅벤의 도시인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과 런던에 왔을 때는 빅벤만 봐도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한 게 된다.


‘빅 벤’이라는 이름의 유래를 몰랐는데, 알고 보니 설계자 ‘벤자민 홀’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었다. 시계탑 안에는 13.5톤의 종이 있는데, 처음에는 이 종을 ‘빅 벤’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빅 벤의 시계는 처음 작동한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고 한다.


빅 벤 주변으로 국회의사당, 웨스트민스터 사원, 런던 아이 등이 있기 때문에, 런던에 오면 빠지지 않고 들리는 곳이 이곳이고 꼭 보게 되는 것이 빅 벤인 것 같다. 날씨가 좋았으면 사진이 더 잘 나왔겠지만, 사실 런던을 세 번 방문하면서 날씨가 좋았던 날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어쩌면 사진에 보이는 날씨가 런던다운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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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 브리지는 1894년에 완공된 도개교다. 산업혁명 이후 수많은 배가 템스 강을 오갔는데, 배들이 통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개교 형태로 만든 것 같다. 홈페이지에 가면 배가 통과하는 시간이 나오는데, 이때 가면 도개교가 열리는 장면을 볼 수 있다. 통과 신청이 계속 올라오기 때문에, 런던을 방문하기 며칠 전까지 계속 확인해 보면 적당한 시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타워 브리지는 빅벤, 런던 아이가 있는 곳과 많이 떨어진 위치에 있다. 그래도 런던의 상징 같은 다리이고, 형태도 꽤 멋있기 때문에 방문할 만하다. 야경도 멋있기 때문에 야경 일정으로 방문하는 것도 나쁘지 않고, 근처에 있는 런던탑이나 가는 도중에 있는 미술관 같은 장소와 묶어서 구경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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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도 파리와 마찬가지로 교통카드를 이용했다. 오이스터 카드라는 이름의 교통 카드이고, 충전하여 사용하는 방식이다. 원래 런던에 도착한 후에 기차역에서 살 예정이었는데, 유로스타를 타고 이동 중에 오이스터 카드를 판다는 방송을 우연히 듣게 됐다. 알고 보니 유로스타 내에서 15파운드가 충전된 카드를 팔고 있었다. 덕분에 카드도 편하게 사고, 런던에 도착한 후에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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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숙소 이야기를 한번 해야 할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총 다섯 군데의 숙소를 이용했다. 인터라켄에서는 에어비앤비를 이용했고, 나머지 네 군데는 한인 민박을 이용했다. 다섯 군데 모두 상당히 만족스러웠는데, 특히 런던의 숙소가 무척 좋았다. 방도 괜찮았지만, 주방 등 전체적인 시설이 깔끔하고 편리했다. 위치는 윔블던 지역이었는데, 동네도 위험하지 않고 예뻤다. 런던 중심지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편이지만, 분당에서 서울 놀러 다니는 정도라서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차를 타고 런던 중심지로 나갔다 들어오는 과정도 재밌는 추억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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