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회사원이다.

당신은 직업은 무엇입니까?

by 아싸보듬이

소프트웨어 개발로 시작한 나의 회사생활은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게 지나고 있다. 여러 업무를 했었다. 처음에는 간단한 개발부터 시작해서, 양산 대응 및 다양한 업무를 했었다. 검증 또한 했었고, 자동화 관련 업무도 했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포부와 꿈도 있었다. 회사에서는 나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냥 한 명의 회사원이다.


처음 회사 생활을 시작할 때, 나는 내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가장 잘하는 사람, 최고인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야만 내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렇게 가치를 키워 능력을 인정받아 1억 이상의 연봉을 받는 멋진 능력자인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걸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단어와 함께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개발자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모두 할 수가 없다.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는 궂은일도 해야만 한다. 하지만, 실제 남들이 기피하는 일을 나에게 할당이 되었고, 이 부분에 대해서 수용을 했다. 이 일을 처리하고 나면, 또 나에게 남들이 기피하는 일이 할당될 수도 있다.


왜일까?


나는 남이 기피하는 일 시켜도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어느 순간에 박힐 수 있을 것이니까.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나의 커리어와 전혀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때 알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궂은일을 꼭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회사에서는 능력과 연봉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 능력과 상관없이 입사한 연차에 따라서 연봉이 결정이 되고, 그에 따르다 보니, 연봉 1억이라는 돈이 꼭 능력과 상관하지 않다는 것도 배워버렸다.


처음에는 불합리함에 대해서 강하게 부딪혔다. 내가 배워왔던 이론과 실제 현장에서의 상황은 달랐고, 그 과정에서 타이트한 일정을 준수하기 위해, 빠르게만 진행되는 식의 개발을 해왔다. 그리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 개선하기 위해서 노력을 했었다. 하지만, 번번이 일정이라는 큰 장애물로 인해서 그 노력들은 물거품이 되었다. 그리고, 일정이 급하니까 이해하라는 식의 의견만 수령했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포기라는 것을 배웠다.


이전에는 특정 문제가 있거나, 어려운 상황에 대해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먼저 제안도 해왔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나의 일처럼 열심히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여러 번의 경험으로 인해서 어느 시점부터, 나에게 주어지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는 나서지도 않고, 눈을 감고, 귀를 닫았다.


나에게 도움을 청하더라도, 딱 도움을 청한 범위 안에서만 지원을 한다. 만약 놓치기 쉬운 부분 및 도움 청한 범위 밖의 부분에 대해서 나서서 이야기해 주고 챙겨준다면, 나는 회사에서 바보가 될 것이다. 나에게 더 많은 일이 주어질 것이다. 때론, 도움은 청한 사람은 내가 일을 시킨다고 여길 수도 있다. 여러 번의 경험으로 이런 부분을 느꼈다.


물론, 우리는 이렇게 배우지 않았다. 문제 상황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최적을 길을 찾아야 한다고 모두가 이론상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나에게 지시가 오지 않은 일은 눈을 감고 귀를 닫는다. 그렇게 나는 무관심을 배웠다.


만약 내가 나서서, 최적의 길을 찾는다면, 회사에 도움이 될 것이다. 주변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다음에도 동일한 상황에 내가 해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고, 리더들 또한 나에게 업무를 지시할 것이다.


현실은 아름답지 않고, 깔끔하지 않다. 이렇게 한다고 좋은 평가를 받는 것도 아니다. 물론, 주변에서 알아주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궁금적으로 혼자 고생하고 끝나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회사 생활을 했다. 처음에는 하고 싶은 일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는 시키는 일은 한다. 그냥, 남이 싫어하든 좋아하든 상관없다. 내가 좋아하는 업무이든 싫어하는 업무이든 상관이 없다. 나는 그냥 회사원이다. 회사에 출근하고, 위에서 시키는 일을 한다. 하지만, 시키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

문제 상황이 발생함을 알고 있다. 하지만, 위에서 시키지 않는다. 그러면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회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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