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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티븐 킹 Jan 04. 2021

남한산성은 폐쇄 중


수원 사는 친구를 만나 남한산성에 갔다. 교회에 다니는 그녀는 성탄절이 큰 행사인데 코로나로 온라인 예배를 본단다. 주차장에 들어가니 주차료도 올라 3000원이라고 쓰여있다. 매표직원이

  "산성 폐쇄라서 못 들어가는 것 아시죠?"

주차료를 받기 전에 한마디 툭 던진다.

  " 어, 그렇다면 오늘 온 의미가 없는데. 어쩌지?"

주차장을 나와 부랴부랴 성남 가볼 만한 곳을 인터넷으로 뒤지다 산으로 걸어 올라가는 등산객을 발견했다. 우리도 산에나 가자고 이리저리 주차할 곳을 찾다 음식점 앞에 멈추었다. 내 생각으로는 코로나로 산길도 모두 폐쇄한 줄 알았다. 다른 장소를 찾아 떠나려 하다 등산객을 본 것이 그나마 우리에게는 커다란 행운이었다.

동문 쪽으로 오르니 막아 놓지도 않았고 사람들도 많았다. 하늘은 손가락이 닿으면 쨍~ 하고 투명한 얼음이 깨질 것처럼 맑았다. 뱀처럼 구불구불한 산성이 경이롭다.


김훈의 '남한산성'이라는 소설이 생각나는 곳이다. 참, 영화로도 만들어졌지. 책 속에서 배를 타고 건넌 후 사공을 죽이는 장면이 아주 잔인했다. 후한을 없애기 위해서라지만 어린아이의 아비인 사공을 칼로 베는 장면은 내 뇌리에 잔상으로 남았다.

한참 오르다 배가 고파 친구가 싸온 찐 계란과 두유를 먹었다.

 내가 가져간 대추차를 마시니 든든한 속이 달달하고 따스하여 추위가 달아난다.

다시 걸으며 곡물과자를 친구에게 주니 배부르다며 반으로 나눠먹자고 한다. 친구가  과자의 포장지를 뜯고 뚝 부러뜨리다 그만 땅에 반을 떨어뜨리더니

  "오메, 너랑 나눠 먹으려 했는데 땅과 반 나눠 먹었네."

그녀 말에 나는

  "하하하."

한바탕 웃었다. 표현이 맛깔스러워서.


여러 번 가는 남한산성이지만 평상시 안 가본 벌봉으로 갔다. 같이 간 남편이 우리와 떨어져 바위를 살피고 있을 때 친구와 나는

  "어디가 벌봉이지?"

벌봉을 찾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데 뒤에서 파란 등산복을 입은 남자분이 우리 여자 둘만 온 줄 아는지 친절하게 벌봉의 위치를 알려주며 자기를 따라오라고 했다. 그때 다른 곳에 있던 남편이 다가와 우리에게 말을 걸자 작은 소리로

  "에이, 좋다 말았네. 우리 둘만 온 줄 알고 말을 걸고 호의를 베풀던데."

아쉬워하자 남편은 그제야 눈치채고 타인처럼 존댓말을 썼지만 우리의 관계가 이미 들통난 듯했다. 그래도 깔깔 웃으며 계속 모르는 남처럼 행세하니 즐거웠다.

벌집처럼 생겼다 하여 벌봉이라고 한단다.


하산하여 곤드레 밥으로 늦은 점심을 먹는데 된장국 한 숟갈 먹고 다시 먹으려 하니 머리카락이 보인다. 슬쩍 밀어냈다. 열무 된장 무침을 한 젓가락 집어 드는데 밥풀 하나가 보인다. 에고  위생상태가 엉망이다. 내 생각에는 반찬을 재사용하는 것 같다. 짜증이 확 났지만 두 번 다시 안 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항의도 못하고 삼만 원을 지불하고 나왔다.

음식점에서 '우리 가게는 반찬 재사용하지 않습니다.'라는 팻말을 보면 믿음이 간다. 또 손님 앞에서 빈 통 가져와 먹고 남은 음식을 한 곳에 모두 쏟아 담으면 믿음이 간다. 쟁반 가져와서 반찬 그릇을 조심히 옮겨 가면 의심이 든다. 나만의 생각이다.

곤드레 밥 자체는 맛있었지만 찜찜한 기분을 떨칠 수 없어 아쉬웠다. 제발 양심적으로 장사했으면 좋겠다. 이 코로나 세상에 남이 먹던 음식은 침이라도 튀겼을 테니 안 된다고 강력히 말하고 싶다. 소심한 나는 결국 모진 소리 못하고 나왔다. 내가 바보가 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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