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으로 이사 와서 구월동에 살았다.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주말에 자주 갔던 곳이 약사사가 있는 만월산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약사사에 주차를 하고 절에 올라갔다.
생각보다 절이 웅장하다. 약수터의 물맛이 참 좋다. 절도 교회처럼 예배를 보듯 마당에 많은 신자가 모여 "나무아미타불"을 하며 예를 갖추고 신성하게 예불을 드리고 있다. 어, 그런데 가마가 보인다. 무슨 연유로 가마가 거기에 있는지 모른다. 궁금한데 한참 예불 중이라 물어볼 수도 없어서 사진만 찍고 둘레길로 나섰다.
진달래가 양지바른 곳에 피었다. 올해 처음 보는 진달래다. 이름 모를 자잘한 꽃도 피어있다.
곧바로 만월산 정상으로 오르는 계단 길을 두고 둘레길로 가는데 길이 잘 닦여있다. 제법 사람들도 많다.
누군가 감말랭이를 놓고 갔는지 청설모가 열심히 먹는다.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는 데도 두려워하지 않고 냠냠 먹는다. 내 사진의 모델이 되어주겠다는 듯이.
둘레길에서 정상으로 올라가다가 옆에 있는 만수산에 가보기로 하고 내려가서 아래로 걸었다. 우리가 만수산에는 한 번도 가지 않은 곳이라 궁금했다.
만수산이라는 산 이름에 시조 한 수가 떠올라 읊어본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니
만수산 드렁칡이 얽힌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서 천년만년 누리세
이방원의 하여가
다리를 건너가니 만월산 터널이 있고 차들이 쌩쌩 달린다. 우리는 다리 밑으로 들어가 인천 둘레길 5코스라는 곳으로 들어섰다. 등나무가 멋지게 터널을 만들어 줄 것으로 예상되었다. 지금은 겨울이라 앙상한 가지만 쇠로 만들어진 터널 위에 널브러져 있다. 그리고 '도롱뇽 마을을 지나는 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큰 광고판을 보고 놀랐다. 설마 저렇게 낮은 산에 도롱뇽이 살기나 하겠냐는 의문을 가지고 출발했다.
등나무 터널을 막 지나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웅성이고 있다. 뜰채를 든 초등학생과 그의 부모, 또 다른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모여있다.
계곡에는 물이 졸졸 흐르고 있고 얼음이 아직 녹지 않은 상태로 있는데 그곳 웅덩이에 까만 개구리알이 보인다. 자세히 보니 도롱뇽 알도 한 무더기로 보인다. 뜰채로 뜨는 것을 양해를 구해 사진을 찍었다. 어린이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은 뜰채로 뜬 도롱뇽 알을 만지고 아들에게도 만지라고 하길래
"어~ 우리 인간의 체온에 도롱뇽은 화상을 입는다고 했어요. 그냥 보기만 하고 다시 제자리에 넣어 주어야 할걸요."
도롱뇽은 차가운 물에서 살아서 사람의 체온으로 만지면 화상을 입는다는 소리를 아들한테 들은 기억을 떠올려 오지랖을 떨었다. 알까지 영향을 미치는지는 모르지만 자연물은 만지지 말고 그곳에 두는 것이 제일 좋다는 생각으로. 훼손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아래의 왼쪽 사진에서 개구리를 찾아보기 바란다. 나뭇잎 사이에 개구리가 다리를 펴고 있다.
정말 놀랐다. 그곳에 계곡이 있을 줄도 몰랐고 또 저리 많은 개구리 알과 도롱뇽 알이 있을 줄은 몰랐다.
온통 계곡이 그것들로 넘쳐났다. 세상에나~
인천 최대의 도롱뇽 서식지란다. 입을 다물지 못하고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말해줬다. 관심이 많은 아들이 내일 오겠다고 알려줘서 고맙다 한다.
만수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산악자전거가 지나가서 깜짝 놀랐다. 속으로 제발 산에 자전거가 안 다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산악자전거 타는 곳이 따로 정해져 있다면 좋겠다. 사람 다니기도 불편한데 자전거 무리가 지나가면 오르던 길에 한쪽으로 비켜줘야 하고 먼지도 나기 때문이다. 또 쳐다보는데 넘어질까 염려가 돼서.
미니 전동차를 끌고 오는 남자분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었다.
"재미있어 보이네요."
하니
"네~ 무척 재미있어요."
하며 리모컨으로 조종을 하며 웃는 표정으로 오른다. 난 산에는 사람이나 개만 오르는 줄 알았는데 자전거도 오르고 저렇게 미니 전동차도 오르니 참 재미있는 세상이다 싶다.
의자 근처에 누군가 먹다 버린 귤이 있는지 직박구리 한 마리가 콕콕 찍어 먹는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어도 놀라지 않고 가만히 모델이 되어준다.
바야흐로 봄이 맞다. 산에 꽃도 피고, 사람들도 더 많이 나다니고, 새나 청설모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개구리나 도롱뇽이 알을 낳아놓은 것을 보니.